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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첫, 18화

묵정밭

-by simjae

by 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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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정밭


유현숙



경칩이 며칠 남았다

청계산 가랑이 진 산기슭 사이가 불두덩인 듯 도도록하다

볕살에 녹는 잔설이 질척하다

엎어져 누운 묵은 저 밭떼기를 다 갈아엎으면

겨울잠 깊은 잡벌레들 만날까

그 벌레들, 몸마다 사리 가득 차 있을까

누군가 내 편두통에다 삽질을 한다

마악 고개를 숙인 사람이 살 깊은 허벅지 사이 묵은 밭고랑을

내려다보고 있다


장지뱀 한 마리가 길게 배 깔고 기어들던 기억 있다

훌렁 벗어던진 허물, 축축하게 젖어 있는 해동의 긴 둔덕이다


풀뿌리 돋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간 가을, 내 몸에 내린 서리가 아직 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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