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묵정밭
유현숙
경칩이 며칠 남았다
청계산 가랑이 진 산기슭 사이가 불두덩인 듯 도도록하다
볕살에 녹는 잔설이 질척하다
엎어져 누운 묵은 저 밭떼기를 다 갈아엎으면
겨울잠 깊은 잡벌레들 만날까
그 벌레들, 몸마다 사리 가득 차 있을까
누군가 내 편두통에다 삽질을 한다
마악 고개를 숙인 사람이 살 깊은 허벅지 사이 묵은 밭고랑을
내려다보고 있다
장지뱀 한 마리가 길게 배 깔고 기어들던 기억 있다
훌렁 벗어던진 허물, 축축하게 젖어 있는 해동의 긴 둔덕이다
풀뿌리 돋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간 가을, 내 몸에 내린 서리가 아직 녹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