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은 왜 이렇게 짧게 지나갈까
가을이다.
추석에도 에어컨이 꺼진 날이 없었다. 꼭 이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무더운 날들의 연속이었는데 손바닥을 뒤집듯 계절이 바뀌어버렸다. 여름 옷을 정리해 넣고 가을 옷을 꺼내고 겨울 옷을 준비할 새도 없이 갑작스럽게 날이 차다.
내 생일은 10월. 며칠 전이었다. 어렸을 때는 생일이라는 날이 마냥 좋았는데 나이를 먹고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 생일이 되어 주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면 올해가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실감 난다. 생일이라는 기쁨과 동시에 '나는 올해 무엇을 했지?', '제대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게 맞나?' 하는 불안이 나를 스쳐간다.
나는 올해 서른이 되었고(만으로는 이십대라 박박 우기는 중) 하던 일을 그만뒀다. 계약직이라 처음부터 끝이 있는 일이었지만 내부 사정으로 예정보다 훨씬 금방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그 덕에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할 수 있었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일을 시작한 지 5개월 차에 들어가는 지금. 나는 다시 불안하다. 이 일로 계속 밥벌이를 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언제까지 흔들릴 것이며 언제쯤 이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생각한다. 머릿속이 마음속이 꼭 사계절 같다. 열정에 타올라 뜨겁거나 불안에 잠식돼 차갑거나. 좋은 날은 얼마 되지 않고 금세 지나가 버린다.
곧 겨울이다.
올해는 여름이 아주 무더웠던 만큼 겨울도 아주 추울 것이란다. 날이 추운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머릿속의 마음속의 추운 시기는 금방 지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