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평범해서 쓸 이야기가 없어요
"저는 그냥 평범하게 살아와서 글로 쓸 만한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요."
글쓰기 강의를 할 때면 어김없이 듣는 말입니다. 특히 마흔을 넘긴 여성일수록 자신에게는 쓸 만한 이야기가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아이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고 가족 챙기느라 살아왔다고요.
하지만 저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살아낸 그 평범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절실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의 특별함은 이미 삶 속에 녹아 있습니다.”
마흔이라는 시기는 삶의 고비를 몇 번이나 지나온 나이입니다. 위기와 책임, 감정의 소용돌이를 견디며 여기까지 왔죠. 그 안에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고유한 경험과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그것을 ‘글’이라는 도구로 꺼내기만 하면 됩니다.
평범한 경험이 특별한 이야기
글은 특별한 사람이 쓰는 것이 아닙니다. 공감 가는 글은 ‘평범한 사람’이 ‘자기 목소리’로 ‘진짜 이야기’를 들려줄 때 탄생합니다. 지금까지 당신이 살아온 삶은 누구의 것도 아닌 당신만의 이야기입니다.
서울에 사는 43세 워킹맘 정민 씨는 어느 평범한 월요일 아침,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아침부터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숙제를 안 했다고 짜증을 내는 아이에게 결국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죠. "엄마도 힘들어!"라고 소리친 뒤, 현관문을 닫고 나서는 순간부터 이미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그녀는 붐비는 지하철 2호선 안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눈시울을 훔쳤습니다. 회사에는 늦지 않아야 하니까, 감정은 다음으로 미뤄두고 현실을 먼저 살아야 하니까요.
그녀는 그날 이후로도 몇 번이나 같은 장면을 떠올리며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왜 나는 이렇게까지 버거울까?' 그 물음 끝에서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너무 평범해서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하루가 글 속에서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고 진심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부산에 사는 46세 주부 수진 씨는 장을 보던 평범한 수요일 오후 마트 계산대 앞에 섰습니다. 장바구니에는 아이 간식, 남편이 좋아하는 커피, 시어머니를 위한 건강식품까지 가득 담겨 있었지만, 그 순간 정작 자신의 물건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계산대 위로 물건을 하나씩 올려놓으면서 문득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 듯한 허탈감이 밀려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위해 무언가를 산 게 언제였더라?'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 그 생각이 자꾸 맴돌아 그녀는 작은 노트를 꺼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흘러가는 감정을 붙잡기 위해 썼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찾기 위한 기록이 되었습니다.
대구에 사는 41세 맞벌이 엄마 혜진 씨는 하루를 마치고 가족들이 모두 잠든 밤 11시, 조용한 거실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 불빛 아래 노트를 꺼냈습니다. 남편과 아이 그리고 시어머니도 모두 자고 있었기에 불을 켤 수는 없었어요. 유일하게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이 순간뿐이었어요. 그녀는 천천히 펜을 들어 ‘오늘도 수고했어’라는 한 줄을 적고는, 그 문장만으로도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합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음, 어디에도 쏟아내지 못한 감정들을 그날 처음으로 글로 옮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매일 밤 쓰는 일기는 그녀 안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주는 숨구멍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을 잊은 채 살고 있었을 거예요.”
이 글은 삶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렌즈이자 그동안 묻어두었던 감정과 기억을 꺼내는 열쇠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멋진 문장을 쓰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을 온전히 내 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입니다. 당신과 똑같은 인생을 살아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이미 특별합니다.
글을 쓰는 순간 당신은 이미 작가
글쓰기는 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경험입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삶을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라고 여기며 지나치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감정과 고민이 있었는지 되돌아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그날의 상처, 혼자 삼킨 말, 웃으며 넘겼지만 오래 남은 감정들이 모두 글의 재료가 됩니다.
글을 쓰는 순간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이 됩니다. 그 이야기를 읽은 누군가는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고 안도하고, ‘나도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용기를 냅니다. 이 연결이야말로 글이 가진 힘이며, 그 첫걸음을 당신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자신 있게 말하세요.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오늘부터 천천히 글로 써 내려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