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마흔, 글쓰기가 필요하다
<여자 마흔, 글쓰기를 시작하라> 프롤로그
*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이전보다 독자에게 더 다가가게 수정해서 다시 썼습니다 *
2024년 9월 나는 부산 초읍동에 있는 부산시민도서관에서 ‘치유의 글쓰기’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 수업에 참여한 한 40대 여성은 자신이 쓴 글을 읽다가 울먹였고, 다른 수강생들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저녁을 먹고 집 주위를 산책하면서 그녀의 눈에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린 것이다.
그녀는 결혼했고 아이도 있는 평범한 주부였다. 나름대로 성실하게 가족을 뒷바라지하며 살았다. 그녀의 글에서 가장 인상 깊은 문장은 ‘나를 잃어버린 채 10년을 살아왔다’였다. 그 순간 나는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나는 도서관이나 대학, 복지관 등에서 다수의 글쓰기 강의를 진행하면서 많은 수강생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중에서 다수가 40대였고 남성보다 여성이 많았다. 강의를 진행하면서 그들이 쓴 글을 보거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고민과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나이 마흔의 여성은 가족 뒷바라지와 자아실현,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내 존재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도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작년 가을의 강의 이후 마흔 전후 나이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책을 집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 예시를 든 여성뿐만 아니라 그 나이의 많은 여성들이 가족을 먼저 챙기고 자신은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이전과 다르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잘 하지 못했다.
자신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사랑을 잃어버린, 이른바 정체성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처한 이 위기를 어떤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운동, 타인과의 대화 등 다른 방법보다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탁월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이다. 왜냐하면 다른 방법과는 다르게 글을 쓰면 자기 내면을 바라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며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이 보이기 때문이다. 글쓰기에는 치유의 힘도 있다.
나는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실제로 많은 수강생들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슬픔과 아픔, 분노 등의 감정이 치유되고 그것들 위에 올라서는 모습을 보았다. 또한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쓰기를 통해 일하면서 외부의 어떤 것이 아닌 바로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며 기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쓴 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애정어린 이야기를 들으면서 표정이 밝아지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도 함께할 수 있었다.
이번 달에 끝난 부산 정관에서 진행한 에세이 쓰기 강좌에 참가한 한 40대 여성은 일하면서 보고서를 주로 써서 자신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 수업에 참석했다. 그녀는 이 수업을 통해 자신만의 책방을 만들고 싶다는 꿈에 대한 글을 썼다. 그 책방의 이름은 ‘책날개’였다.
소설처럼 쓴 이 글에 나온 책방 ‘책날개’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꿈꾸는 분위기와 운영 방식에 대해 자세하게 써서 어디 있는지 찾아볼 정도였다. 함께 수업에 참여한 수강생들과 나는 그녀의 글에 애정을 갖고 이야기하고 그 꿈을 응원했다. 이렇게 글쓰기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지금까지 글쓰기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쏟아졌고 지금도 출간되고 있다. 에세이 쓰기, 치유의 글쓰기, 책 쓰기, 보고서 쓰기, 메모하기, 자기소개서 쓰기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쓰기 책이 출간되어 있다. 몇 년 전부터는 필사와 맞춤법이 글쓰기 장르에서 인기 있는 주제다.
최근 출간된 글쓰기 책은 평범한 여성들과 유명 여성 작가 그리고 기자 출신의 저자가 썼다. 그 내용은 자신들의 삶과 널리 알려진 여성 작가들 그리고 내면의 자신을 만난 글쓰기의 힘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은 현재 도서관과 대학, 복지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많은 40대 여성 수강생을 만나며 글쓰기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가 쓴 글쓰기 책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그녀들 대부분은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었고 누구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싶어 했고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 했다.
나는 오랫동안 많은 40대 여성에게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 왔다. 당신은 지금 인생에서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것이다. 이 책은 그 해결책으로 글쓰기라는 강력한 도구를 제시한다.
그런 당신에게는 이 책이 필요하다. 이 책을 보는 당신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당신을 위해 써졌다.
당신이 겪고 있는 힘든 시기를 어떻게 글쓰기로 극복해 낼 수 있는지를 이 책은 알려준다. 글을 쓰면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당신이 겪고 있는 문제를 꾸준히 글로 쓰면 현재 겪고 있는 문제와 어려움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마침내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이 책과 함께 글쓰기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만나는 여정을 시작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