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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불안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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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리매트릭스 Jul 21. 2024

공황장애에 도움이 되었던 루틴들

명상 제대로 이해하기


내가 알게 된 명상


내가 처음 명상을 접한 것은 지하철에서 불안을 겪을 때 어떻게든 편하게 그 시간을 버텨 보려고 찾았던 유튜브 영상이 시작이었다.

신뢰감 있고 편안한 음성으로 내 생각을 이끌어 주던 그 영상은 어쩌면 내가 쉽게 편안해질 수도 있겠다는 허황된 꿈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 당시에 내 머릿속에 있던 명상의 이미지는 종교적인 것과 수련 그리고 신세계로의 눈을 띄워주는 그런 영성적인 것이었다. 왠지 불안할 때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면 불안이 사라질 것만 같은 착각을 하며 뭔가 비과학적으로 느껴져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다행히도 명상이 불안에 좋다는 것은 이미 뇌과학분야에서 입증되어 있었고 그 사실은 내가 명상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게 해주었다.


하지만 명상을 직접 하게 되면서 나는 금방 깨닫게 되었다. 이  행위는 결코 순식간에 불안을 잠재우는 스킬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힘들 때 아무리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려 해 봤자 불안은 더욱더 나를 쥐고 흔들 뿐이었다. 


심지어 나는 1년 넘게 명상을 하던 중에도 눈만 감으면 불안이 올라오는 경험을 한 적도 있었다. 한 동안 명상을 할 시간이 되면 심장이 요동치고 어떻게든 이 행위를 하지 않을 궁리를 하는 나를 발견하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가 두려움을 제대로 마주할 기회가 되었다. 나는 회피하지 않고 계속 명상을 시도했다. 너무 두려워 눈을 뜨고 시도한 적도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나는 생각했다.


'여기는 집이고 가족들이 있다. 내가 어찌 되건 그들이 있다. 오늘 공황이랑 같이 죽자. 어떻게든 눈을 뜨지 않고 버텨보겠다.'


그날 나는 눈을 뜨지 않았고 20분의 명상 동안 4번의 공포를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그 당시 명상이 무섭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내가 두려웠던 것은 이 증상이 지속될까 봐. 더한 증상이 올까 봐. 이겨내지 못하는 나를 만나게 될까 봐. 이 명상을 끝마치지 못하고 실패하여 다신 시도조차 못하게 될까 봐였고, 이것을 알아차릴 때마다 그 불안은 뱀이 꼬리를 감추듯 사라졌다.

결국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은 실체 없는 그 무언가를 두려워했던 것이었고 그것은 내가 만들어낸 것들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었던 것었다.


이날 이후 내가 내린 결론은 명상은 마음이 편해지려고 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을 분명하게 이해해다. 편안함은 공포 순간 알아차림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지 편안함 자체를 목표로 둔다면 불안은 점점 나를 더 옥죄어 온다는 것을 나는 몇 번이고 겪을 수밖에 없었다.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나의 욕망은 명상을 가르치는 콘텐츠나 도서에서 흔히 집착이라 얘기하는 그것이었고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집착을 수용해야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알았다고 해서 금방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제야 뭔가가 제대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명상은 편해지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리는 것이 목적이며 그 결과로 편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불안이 심했던 당시 나에게 알아차린다는 것은 나의 인지오류를 명확히 간파하기 위한 트레이닝이었고 그제야 나의 0.5초의 순간을 제대로 직면하고 알아차렸던 순간 불안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경험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경험은 이후 수도 없이 반복되었다.


 공황은 내가 어떤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고 해결할 답이 있는데 그것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확신에서 온다. 통제 불가의 영역을 내가 찾지 못하고 있다고 순간 99% 믿는 것이다. 그리고 인지오류에서 오는 불안은 해답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 순간 설 자리가 없어지고 사라지게 된다. 결국 나는 어느 날 지하철에서 급격한 불안을 맞이하며 이것을 깨우치게 되었다.


'뭐야! 지하철이 무서운 게 아니었잖아! 난 결국 증상이 오고 그것을 넘어 그 끔찍한 경험을 또 하게 될까 봐 두려운 거였어!'


이날 이후 지하철을 회피하는 일은 없었다. 증상이나 걱정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내 마음속에는 그곳에서 증상이 오더라도 확대되지 않을 것이고 공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어떠한 확신이 자리 잡은 느낌이 들었고, 이후 다른 상황에서 3단계의 두려움이 올 것 같을 때에도 오류 없이 그것들을 직면하게 되었다. 내가 3단계 즉 공황을 넘어섰구나 하고 느낀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두려움은 당연하다. 병중에 이것을 100프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해야 할 것은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반복되는 0.5초들의 오류들을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는 것이다,


또한 이것을 알았다고 해서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던 불안이 드라마틱하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알아차림은 순간에 밀고 들어오는 그 두려움을 잠재워줄 뿐이지 나에게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그 뿌리를 없애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 뿌리가 병 자체이기 때문에 명상이 여기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아주아주 먼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심연을 계속 마주 보고 그 사이에도 쌓이고 있는 0.5초의 순간들을 알아차리는 것 또한 멈춰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알아차림이 공포를 사라지게 한다고 이야기하면 환우들은 당장에라도 명상을 해보려고 시도한다. 쉬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세 잘 되지 않는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은 호흡에 집중할 수 없고 잡생각이 든다는 것 그리고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이 두 가지다. 이것은 잘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매우 잘하고 있는 것이다. 명상을 시작하면 누구나 저 과정을 거치며 심지어 몇 년을 하더라도 저 상태와 크게 다르지 다. 또 다른 부류는 명상을 하려고 하면 두려움이 올라오는 부류다. 나 또한 그랬다. 앞에서 썼듯이 두려운 것은 명상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또 만날지도 모르는 그 증상과 불안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하며 이것은 명상이 아니더라도 무조건 넘어야 할 숙제다. 그리고 절대다수가 이런 과정들 중에 포기를 택한다.


왜냐하면 여전히 나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편하며 쉬운 길을 선택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선택은 이전과 같이 나의 뇌에게 나는 편하고 안일한 길만 선택하는 사람이라는 각인만 남기며 자기 신뢰를 잃는 퍼센티지만 높이게 된다. 그리고 그 자책감은 불안과  우울을 가중시킨다. 가장 처음 해야 하는 것은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성장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나의 상상보다 나의 실체는 별 볼 일 고 오만하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똑바로 직면할 수 있다면 그 안에서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나의 의식은 과거(후회)와 미래(걱정)에만 닿아 있다. 내가 0단계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내 의식을 꾸준히 현재에 머무르게 해야 한다. 불필요한 걱정은 넣어 두고 이미 지나가버려 아무런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만 불안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명상은 과거(사건)와 미래(판단)에 갇혀있는 내 의식이 쉽게 현재에 머무를 수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넘어야 할 습관이라는 것도 함께 알았다.


명상으로 편해진 사람들이 있다면 집중이 잘되든 안되든(사실 상관없지만) 불안하든 불안하지 않든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리고 그것에 대해 어떠한 평가도 하지 않는 것을 깨우친 사람들이다.

잡생각이 들고 호흡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것은 그저 길을 비추기 위한 등불이지 목적지가 아니므로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명상을 접했을 때를 잊지 못한다. 나는 그 순간에도 어떻게든 힘들이지 않고 쉽게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과오를 저질렀지만 명상은 넓은 아량으로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해 주었고 두려움을 넘어서는 과정함께 주었다.


명상을 쉽게 생각하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랬다. 마음만 먹는다면 당연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오만함을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한 번만 해봐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상 또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 있을지 모르는 알아차림이라는 이 행위는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그것나의 뇌가 본능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방법을 연습하는 유일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알아차림


의식을 현재에 두는 것은 불안으로부터 나에게 자유를 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그것이 명상을 하는 이유다.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책 한 권으로도 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지만 내 글은 이것으로 끝이다.

내 첫 글에 있는 안다는 것을 예로 들자면

내가 직접 겪어낸 3단계인 나의 깨달음의 단계에 대해서만 쓸 것이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수많은 자료들이 넘치는 세상이지만 그것들은 내 안에서 아직까지는 1단계인 지식에 불과하다. 2단계인 이해의 단계조차 아직 완벽히 내것은 아니다.


난 여기에 명상의 종류나 방법 같은 것을 적지는 않을 생각이다.

요즘 세상에는 마음만 먹는다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충분히 찾아서 할 수 있다.

 적어도 명상이 필요하다면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해 보고 실천해 보는 것이 가장 스스로를 위한 길임을 믿는다. 잘못된 길로 빠져도 괜찮다. 잘못된 길이란 결국 쉬운 길을 찾다가 나태에 빠졌거나 오만함이 부른 함정일 확률이 크다. 그리고 바로 그때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내게 필요하지 않은 경험은 단 한 개도 없다. 그것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공황장애가 낫는 정답이 있다고 하더라누군가 떠먹여 주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다.

수학 문제의 해설지를 보고 답을 알았다고 한들 다른 문제들은 풀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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