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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르기니 Yurgini Nov 10. 2024

평온한 일기

주말이 더 힘든 것 같아

날씨야 아무리 좋아봐라. 주말아 아무리 달콤해봐라. 이 몸은 누워서 일어날 줄을 모른다. 는 게 오늘 나의 몸상태. 

일주일에 주말이 이틀 밖에 없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늘 애석해하던 것인데, 

요즘 들어 부쩍 주말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분명 금요일엔 주말을 기다리며 막판 스퍼트를 냈는데. 

금요일 밤까지 참아오던 논알코올 맥주를 한 캔 마시면서 그간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뭔가를 해보려고 하기도 전에 지쳐서 잠든 것이 불과 금요일 밤. 

불금이란 말은 없어진 지 오래다. 


토요일에 눈을 떠서 오늘과 내일 단 이틀 간의 주말을 보람차게 보내겠다고 다짐하지만 5일간 축난 몸은 움직일 생각을 도통 않는다. 그렇게 회복하며 반려견을 들일 결심을 어렵사리 했던 토요일이 흘러갔고 눈떠보니 일요일이다. 잠은 또 언제 이렇게 오래 잔 거야. 오전 운동을 다녀오니 벌써 점심 무렵, 점심을 먹고 정신 차리니 세 시였다. 


나의 배우자는 나보다 잠이 훨씬 많은 편인데 그의 10분 만을 들으면 안 됐다. 

10분만 잔다더니… 그 옆에서 나도 잠깐 자고 일어나니 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는 무려 한 시간 반 이상을 꿈속을 헤맸다. 10분만 잔다며… 거짓말인 줄은 알았지만, 주말은 그런 날이니까 다섯 시쯤 그를 깨웠다. 


일어나서는 전날 밤에 너무 피곤해서 다 보지 못했던 [테넷]을 마저 한 시간 보고 나니 여섯 시. 

이후에 그는 도저히 안 되겠다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고, 나도. 그러다가 더 잠이 들까 봐 짧게 영상을 편집하고 자리에 앉아 밀물 글쓰기를 하고 있다. [나도 할머니가 될 텐데] 테마를 정해두고도 쓰지 못하는 이 상황이 아쉽고, 내 극본도 더 쓰지 못하는 이 상황에 또 죄책감이 느껴지고 그런데 여전히 피곤해서 비몽사몽인 일요일 저녁. 

아무래도 오늘도 일찍 잠들고 말겠지. 그럼 또다시 월요일. 


아, 30대의 하루하루는 왜 이리도 피곤하던가. 

아, 30대의 하루하루는 왜 이리도 할 일이 많던가. 

아, 30대의 하루하루는 왜. 


주말이 가는 게 아쉬워 푸념을 남겨본다. 

양껏 계획을 세웠으나 그중 일부만 할 수 있었던 주말을 애석해하며.

사실 주말이 더 힘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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