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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르기니 Yurgini Nov 20. 2024

평온한 일기

뜻밖의 난항

배우자와 한동안 고민한 끝에 유기견을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이전에 들었던 생각을 결심할 수 있는 여건과 상황도 마련되었다고 판단했고, 매서운 겨울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 길로 우리는 포인핸드를 보고 각종 보호소 사이트를 찾아다녔다. 동시에 반려견 양육 교육과 훗날 들어갈 수술비용 등을 찾아보며 제반환경과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떤 친구가 우리와 함께할지 모르지만 그 아일 만나면 셋이서, 훗날 가질 아이까지 넷이서 잘 살고 싶었다. 

요즘은 기술도 좋아져서 반려견이 15년 이상을 산다는 말이 우릴 더 기쁘게 했다. 

입양견과 오래오래 함께 하는 것. 그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유기견 입양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취업준비와 똑같다는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했다. 


유기견 공고기간을 거쳐 보호소의 시스템에 따라 입양 준비를 해야 하고, 

해당 보호소에서 내건 요건이 있다면 그 또한 먼저 충족을 해야 비로소 입양 신청서를 쓸 수 있다. 


유기견 입양서를 쓸 땐 나의 학력 수준은 안 봐도 직업과 경제적 수준을 보고, 주택 유형과 거주 상황, 가족 관계와 그 가족들의 동의 여부, 그들의 알레르기 유무, 자녀 유무와 자녀들의 나이와 성별까지 기입해야 한다.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면서도 솔직히 조금은 불편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래, 파양을 막기 위해 그런 것이겠지. 


유기견 입양은 우리도 처음이기에. 하나씩 배워가면서 우리 부부를 소개할 수 있는 내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기 시작했다. 구체적일수록 좋을 테니. 그런데 이후에 듣게 된 것은 또 다른 내용이었다. 




결혼 3년 차인 우리 부부는 신혼부부로 볼 수 있는데, 이런 신혼부부들은 훗날 자녀가 생기면 유기견을 파양 하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 우선순위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아 이건 좀… 우리한테 일어나지 않은 일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가정하고 말을 하시니 풀이 죽었다. 예시가 많으니 우리는 입양 의사도 갖지 말란 것인가. 

그럼 유기견 입양은 누가 하는 거고, 누가 하는 게 맞는 거지?


솔직히 억울했지만 이것도 이해했다. 

우리는 그들과 다르고 정말 진심으로 진지하게 고려했다, 뭐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그런 말을 하는 게 변명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을 변명하는 게 어색했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다정하게 응대해 주신 분들도 있었지만, 당연히 거른다는 듯한 태도를 내보이신 분들도 있었다. 혼란스러웠다. 우리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가. 우리가 뭘 잘못한 건가. 처음 만났지만 우리를 이미 알고 계시는 건가. 


이런저런 상황 속에서도 결심은 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형견을 중심으로 몇몇 보호소에 입양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그런 견종은 이미 경쟁률이 치열하여 전적으로 입양기관의 선택에 따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진중하게 고려하고, 아무리 입양을 희망해도 유기견이 오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입양을 신청할 수 있을 뿐, 입양은 결정권자의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엔 인간들이 선택받을 차례였다. 


우리의 수준에서 해줄 수 있는 것, 우리가 고려하는 것, 유기견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미래안 제시 등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말했지만 이 또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답변이었을 뿐. 

질문에 대한 답변 외에 할 수 있는 건 기다림 뿐이었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유기견 입양을 결심하며 그 강력한 문장을 당연히 떠올렸다. 

우리가 입양을 고려하게 된 그 말. 그 다정한 문장에 비해 우리의 상황이, 결심이 부족했던 걸까.

입양 과정을 거치면서 유기견 입양에 뜻밖의 어려움이 많다는 걸 알았다. 


쉽게 입양되고 파양 돼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입양 과정에서 덧씌워진 편견과 어려움 또한 없어야 할 일 아닐까. 

유기동물들이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바란다. 


그와 별개로 이 과정을 거치면서 처음 접하는 편견과 비판 지점은 낯설고 어려웠다.

들어차는 오만가지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래서 오늘은 어째 평온하지 못한 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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