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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르기니 Yurgini Nov 22. 2024

평온한 일기

감탄사

어제 점심을 먹고 오후 두 시쯤,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받아보니, 유기견 보호소였다. 


동물 데려가세요~ 라는 단답의 말에 일하던 나는 순식간에 기쁨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우리는 신혼부부라서, 나는 반려동물을 길러본 경험이 없어서, 결국 보호소의 선택에 따르는 것이기에 

유기견 입양을 알아볼 때마다 우리에겐 유기견 입양이 안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뜻밖의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길로 배우자에게 전화를 걸었고, 출근 중이던 남편은 한 시간 일찍 퇴근했다. 

연락받은 당일에 동물을 인계받아야 한다는 말에 보호소에 몇 시쯤 유기견을 데리러 가겠노라 뜻을 전하고,

급한 대로 집 앞에 있는 동물 상점에서 배변패드와 이동가방 장난감 하나와 샘플 사료를 받아서 나왔다.


내 인생 첫 반려동물이었다. 

남편이 오기 전까지 떨리는 맘을 부여잡고 일을 하다가 그가 도착하자마자 보호소로 향했다. 

작은 동물병원 겸 유기견 보호소였던 그곳에 우리를 뒤흔든 블랙탄 포메라니안이 있었다. 

이름은 감탄으로 짓기로 얘기해 둔 터. 우리는 그렇게 감탄을 만났다. 




내가 이동 가방에 감탄을 넣을 동안, 배우자는 동물 입양서를 쓰고 동물 칩을 구매했다. 

이동 가방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해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감탄을 집어넣고 입양견과 탑승할 수 있는지 

문의하며 가능한 택시를 부르고, 집 근처 동물병원에 진료가 가능한지 연락했다. 


몸 곳곳에 변이 묻고, 목욕은 또 얼마나 하지 못했을지. 꼬질꼬질한 감탄을 데리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몸에 별 탈은 없었고, 나이는 마침 딱 1살로 보인다고 하셨다. 


중성화 수술이 되었다고 들었지만, 사실 중성화 수술이 필요했으며 

빠져있어야 할 유치들은 모두 그대로 있어서 유치도 한 번에 제거 수술이 필요했다. 

예방접종 유무도 전혀 아는 것이 없어서 피검사도 함께 진행하고, 동시에 동물 인식 칩도 함께 심기로 했다. 


검사도 받아야 할 게 많고, 갑자기 사야 할 것도 많아서 지출이 순간적으로 많이 늘었다. 

안 그래도 요즘 식비가 부쩍 늘었는데. 어허이. 그래도 감탄 네가 왔는데 식비쯤이야 줄이면 된단다. 

그 순간 어마어마한 책임감이 늘었고, 일을 더 열심히 해서 늘어날 지출에 착실히 대비하겠다는 결심도 섰다.




보이는 소견으로는 건강했던 감탄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쟤 너무 냄새가 나는데, 하루를 그대로 둘 수 있을까. 그건 도저히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쟤를 씻겨 말어. 고민을 하다가 배가 너무 고파서 햄버거를 시켰는데 우리 눈엔 감탄 밖엔 안 보였다.

결국 눈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햄버거를 먹다 말고는 그대로 둘 다 샤워실에 들어가서 

아주 어설프게, 그러나 열심히 감탄을 목욕시키고 털을 말렸다. 


얘는 어디에 있다가 우리 곁으로 오게 된 걸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감탄의 이야기들은 어떤 것일까. 

까마득한 눈동자로 우리를 올려다보는 감탄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이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를 얼마나 많이 변화시킬까. 

둘만의 세상은 조금 줄겠지만 한 생명이 늘어서 새로이 알게 되는 것은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널 만나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 하루, 김감탄 강아지에게도 그런 하루였길.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김감탄!




내 이름은 김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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