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맥주란 여름보다 겨울이 평일보다 일요일이 오후보다 오전이 더 맛있다. 물론, 나의 경우다. 취침모드의 전기장판으로 적당히 뜨끈해진 침대 위에서 보드라운 담요의 감촉을 맨발로 느끼며 꼼지락 거리며 잠에서 깬 후, 볼만한 영화를 찾아서 넥플릭스의 홈화면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기다리는 신작을 발견한 순간, 후다닥 냉장고로 달려가 맥주 한 캔을 꺼낸다. 영상의 오프닝을 스킵함과 동시에 맥주캔을 따고 밤새 바짝 마른 입속으로 크게 한 모금 시원하게 넘긴다. 단짠의 조화만큼 냉온의 조화도 잠들었던 입맛을 아니 술맛을 깨운다. 알코올의 맛보다 탄산의 톡 쏘는 맛을 야금야금 음미하며 어젯밤 갑작스레 즉흥적으로 떠나온 여행지의 호텔방처럼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하며 기지개를 활짝 펴고 크게 외쳐본다. “ 내가 돈이 없지 멋이 없냐? 굿모닝 선데이 맥주!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