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및 청각장애인을 위한 화재경보설비"의 이해
넓고 넓은 쇼핑몰 허가승인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워낙의 큰 대형쇼핑몰이라서 비상구 유도등도 띄엄띄엄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확인해야 할 것은 시각 및 청각장애인등이 위급한 상황에 대피할 수 있도록 청각장애인용 피난구유도등·통로유도등 및 시각장애인용 경보설비 등을 설치되어 있는지 아닌지의 유무였다.
일반 피난구유도등은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게 아래 사진과 같이 초록색 표식으로 되어있는 게 일반 피난구 유도등이다. 그런데 시각 및 청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등은 그 옆에 하나를 더 붙인다.
화재 시 "비상구는 이쪽입니다" 크게 소리가 나고 "강한 빛"이 반짝이게 된다.
그런데 내가 잘하는 것.
저 시설물을 보면서 생각이라는 것을 했다.
이렇게 넓은 쇼핑몰에 시각장애인이 "비상구는 이쪽입니다"라는 소리 하나만으로 어떻게 비상구를 찾을 수 있을까. 수많은 소음 속에 어떻게 비상구를 찾아갈 수 있을까.
마음이 아득하다.
실제 그런 상황을 생각하니 조금 먹먹하다.
일반인도 당황할 상황에 청각장애인은 깜빡이는 점멸만으로 어떻게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을까.
2022년, (사)한국환경건축연구원의『시청각 장애인용 피난구 유도등 설치 기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현행 유도설비에 대해 대다수가 단순히 "화재가 발생했습니다"가 아닌 "비상구는 오른쪽입니다. 혹은 왼쪽입니다." 등의 건물 상황에 맞게 정확하게 설명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현재 장애인편의법 개정에 따라 음성 및 점멸이 동시에 출력되는 피난구 유도등의 설치는 법제화되었으나 건물의 특성에 맞게 정확한 설치위치, 설치 간격 및 기준에 대한 제시는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많이 혼란이 빚어진다는 것을 큰 문제점으로 삼았다.
(최고다)
실무자 입장에서 연구자가 현실의 문제점을 굉장히 정확하게 봤다.

실제 나도 가이드라인 없이 허가를 나갔기 때문에 현장에서 어떻게 수정해 나갈지,
뭐부터 검토해 나갈지 처음에 너무 막막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현장점검을 멈추고 설계자에게
다시 도면부터 가지고 오라고 했다.
기존 평면도에 설치한 위치와 실제 현장에서 설치된 부분을 보니, MD 물건이 유도등을 가리고 있는 경우도 있었고 유도등의 설치 간격 또한 너무 일정하지 않았다.
유도등 설치간격이 일정하지 않고 뚜렷하지 않으면 절대로 실제 화재 시
"화재발생", "대피하세요", "출입문은 이쪽입니다"라는 기성문구만으로 정확하게 대피할 수 없다.
너무나도 드넓은 쇼핑몰이었다.
평면도에서 설치간격 체크하고
직접 걸어보면서 유도등 간격의 적당성을 나 스스로 가늠해 봤다.
혼선이 줄 위치에 대해서는 위치를 수정해 나갔다.
(그렇게 캐시워크 2만 보가 넘어가고 있었다.)
힘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 비상구유도등의 점검하나로 혹시라도 화재가 났을 때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니 책임감이라는 것이 밀려왔다.
그런데 아쉬웠던 건 연구자가 지적한 대로 이런 부분에 대해서 건축가도 아직 이해가 부족하고,
시청각 비상구유도등 제품업체도 기존 제품의 한계를 알면서도 가격의 문제,
수요의 문제 등으로 더 상세한 개발을 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이다.
또, 시각장애인은 지금보다 더 정확하고 자세한 설명이 담긴 문구로 안내받기 원하지만
법에서는 설치만 되어있으면 허가가 되기 때문에 건축주입장에서도 제품업체 입장에서도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여 더 애쓸 필요가 없기에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화재경보설비는 2018년 더 강하게 법제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이다.
나는 내 브런치 글을 통해 이런 바람을 만들어내고 싶다.
1. 시청각 장애인 및 약자를 위한 모의 체험 프로그램 및 공간 필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등을 일반인도 체험하여 시청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실제 시청각 장애인이 현행 유도설비에 익숙하게 대피할 수 있는 모의 훈련을 할 수 있는 체험관이 있어서 실제 상황에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과 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과 환경이 갖춰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2. 더 안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사람에게 포상을 주는 제도
현행 "대피하세요" 이런 문구가 담긴 소방안내보다 조금 더 획기적이고 조금 더 정확한 발명제품을 개발한 사람에게 포상도 주고 법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3. 사회의 관심 필요, 참여기회 확대
약자는 어디에서든 종종 소외되곤 한다. 하지만 시각 및 청각장애인은 이렇게 대피를 하겠구나 혹은 실제 현장에서 그런 분이 계시다면 이렇게 도와줄 수 있겠구나 라는 일반 시민인식의 홍보와 교육, 무엇보다 사회의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