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토까지 대학원으로 출근도장을 찍으며 대학원 수업과 상담수련을 병행하고 있다. 퇴근 길 차 안에서 출근 전에 싼 주먹밥을 먹는다. 탄수화물을 자제하지 못하고, 운동마저 안하고 있기에 배가 불룩해지며 체중이 늘었다. 홈트를 하려고 생각만 틈이 생기면 핸드폰에 고개를 파묻고 있다.
남은 회기 동안 어떻게 상담할지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는데...생각으로만 그친다. 상담회기록과 사례발표를 준비하고, 과제를 마치는데 급급해한다. 한동안 글쓰기 모임인 '라라크루'를 통해 조금이라도 글을 쓰려고 했지만 지금은 글쓰기도 멈췄다. 이러다간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다. 잠을 줄이는 건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이다.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핸드폰을 끄고 짧게라도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글쓰기는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도구일 뿐 아니라 치유와 도약의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
상담실 안에서는 전이와 역전이가 수시로 발생한다. 어디 상담실 안에서 뿐이랴. 사람은 타인의 영향 뿐 아니라, 내가 경험한 세상으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다양한 타인과 상황 속에서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나 자신을 존중하며 기꺼이 성장할 준비가 된 사람'이고 싶다. 이번 연휴가 지나면 6월 26일까지 같은 루틴의 상황 속으로 들어간다. 겨우 겨우에서 넉넉하게 바뀔 수는 없더라도 허겁되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지내려고 한다. 손가락으로 빠져나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기록할 수는 있다. 기억보다 기록이 선명히 남기에 짧게라도 기록하려고 한다.
지난 주 개인수퍼비전 시간에 수퍼바이저가 앞에서 졸아버렸다. 창피했다. 그래도 어쩌랴. 이미 지나간 시간인 걸. 그 안에 무슨 역동이 있었는지, 무의식의 영역과 아무 상관 없이 잠이 무척이나 부족했을 뿐이다. 복잡하지 않다. 합리화의 방어기제를 쓰고 있다고 해도 할 수 없다. 졸리면 자야 피곤의 바닥에서 일어설 수 있다. 내가 선택한 길이다.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 멀리 생각하지 않으련다. 지금, 여기를 충실히 살으련다.
해가 보이지 않는 어린이 날, 아내와 초록자연이 보이는 카페를 찾아다녔다. 사람들이 카페에 몰렸나보다. 네 번째 들린 카페에서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자리를 옮겨서야 노트북을 열 수 있었다. 오랜만에 노트북 자판에 손가락을 댔다. '톡톡톡톡, 툭툭툭툭...' 노트북 자판기가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최작가, 정말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니?"
"작가가 또 다른 나의 꿈인 걸 기억해줘서 고마워. 작가가 못되더라도 기록자는 해볼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