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상담하고 싶은데요. 언제 가능할까요? 담임선생님에게는 비밀이고요." 학교 상담실로 한 학생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세요?" 담임선생님에게는 비밀이라는 학부모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우리 아이의 상황을 같은 반 엄마에게 얘기했더니 학교상담실인 위클래스로 찾아가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날 어머니는 상담실을 찾아왔고, 등교를 거부하는 자녀의 이야기를 하는 90분 내내 눈물을 흘렸다. 담임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비밀보장의 원리가 떠올랐고, 내 마음은 낑낑거렸다.
담임은 아무 연락 없이 등교하지 않은 학생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어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자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담임교사는 아버지와의 통화로 어머니가 학교상담실에 갔고, 학생은 집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행이었다.
이후,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학생의 어머니와 학생을 따로 상담하였다. 그리고 담임교사, 교과교사를 만나 학생을 환대해 줄 것을 부탁했다. 얽혀있던 오해들이 조금씩 풀어졌다. 학생의 교실입실이 이루어지기까지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 와중에 다른 학년에서 학폭이 터졌다. 학부모로부터 담임교사에게 쏟아진 무수히 많은 문자들을 담임교사는 '정신 바사삭'이라는 제목을 달아 그 내용을 메신저로 전달했다. 담임교사가 걱정되었다. 같은 날 또 다른 학년에서 학부모상담이 진행되니 지원을 부탁했다.
1층부터 5층까지 각 학급을 돌며 기관에서 받은 홍보물을 배포했다. 재활용 쓰레기도 버렸다. 부장교사와 관리자를 만나러 4층으로, 1층으로, 다시 5층으로 올라가 학폭이 터진 학급의 담임을 만났다. 그리고 스트레칭을 했다. 이제 심호흡이다. 숨을 들이마시며 하나, 둘, 셋, 넷. 호흡을 멈췄다가 내쉬면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다시 숨을 들이마시며.... 퇴근시간이 되었다.
뒤돌아보지 않고, 바로 퇴근이다.
이제는 대학원이다. 집에 주차를 하고 지하철역을 탔다.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는 길을 빠르게 걸었다. 헤드폰을 끼고 대통령 후보자들이 출연한 홍진경의 유튜브를 들었다. 오늘 있었던 학교의 일들은 까맣게 잊었다. 대학원에서는 학생으로, 상담수련생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움직였다. 감정에 머물러야 할 때도 있지만 오늘 마주한 부대낌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흘려보내는 게 필요했다. 그럴 때 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