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계절』권여선 with 밍
올림픽이 끝나간다. 근래 내 최대 도파민이었던 존재가 희미해지는 것에 큰 아쉬움을 느낀다.
초등학교 5학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시작된 올림픽 사랑은 성인이 된 지금도 여전하다. 방학 때 학원을 빠지고 밤낮을 바꾸면서 올림픽만 보던 학생은 어느덧 자라나 프랑스 시간으로 사는 개백수가 되었다. 프랑스 시간에 맞춰 노트북을 켜고 티브이 앞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요새 마음이 헛헛해서 여가시간에 유튜브 쇼츠를 강박적으로 보거나, 핸드폰 게임에 집착했는데 올림픽 기간 동안은 유튜브와 게임의 스크린 타임이 현저하게 줄었다. 올림픽 보느라 잠이 줄었는데도 남는 시간에 운동도 가고 햇빛도 쐬면서 건강하게 시간을 보냈다.
내가 이토록 올림픽을 좋아하는 건 '마음대로 되지 않음'의 매력 때문이다.
세계 순위가 뒤집히는 일은 허다하고, 주목받지 못하던 선수가 큰 성과를 내기도 하고, 유망주가 쉽게 탈락하기도 한다. 노력이 결실을 맺는 아름다운 장면도 많지만 타고난 재능 앞에서 숨 가쁜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일도 수두룩하다.
올림픽의 선수들을 보면서 울고 웃으면서 '아 세계는 이렇게 매정한 것이었지'하고 한 번 더, 상기한다. 올림픽이란 작은 세계를 보면서 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하는 겸허함과 억울해도 경기를 마무리하는 의연함을 배운다.
세계가 우리를 기쁘게 하는 날도 있겠지만,
세계는 너무나 냉정해서 우리를 또 좌절시키고 좌절시킬 거다.
해 온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거고, 재능 앞에서 서글퍼질 테다.
그래도 우리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세상이 어떻게 이래? 세상이 어떻게든 이래.
내가 얼마 노력했는데? 내가 얼마나 노력했든.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걸까? 내가 잘못했든 이렇게 돼.
과거에 자꾸 의문이 들 때,
마음 한편이 자꾸 무거워질 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