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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mz Feb 20. 2024

이달의 곡

The Song of This Month


 "네가 생각하는 올해의 곡을 꼽자면?"

 최고의 술안주는 역시 노래가 아니겠냐며 그날도 노래를 앞에 두고 술을 한잔 걸치고 있었다. 온몸에 멜로디를 휘감고 덩실거리며 술잔을 휘적거리던 나는 문득 올해가 끝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즈음엔 연말이라 뭐라도 매듭짓고자 하는 본능이 피어났던 건지, 유독 올해의 곡이라며 한 곡을 꼽고 싶어 했다. 마침 술과 함께 내 목구멍을 쓸고 있던 노래는 올해를 통틀어 '정말 최고였도다' 하고 치켜세우던 곡이었다.

 그 곡을 올해의 곡이라 여겼던 이유는 단순히 '노래가 좋다'라는 감정도 있었겠지만 나에게 큰 에너지를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듣는 것만으로도 몸이 가볍게 붕 떠올라 앞으로 쉽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올해는 추진력, 실행력 같은 자극이 필요했으므로 경쾌하면서도 중심이 잡혀 있던 그 곡에 이끌린 듯하다.

 하지만 매년 상황에 따라 올해의 곡은 달라질 것이다. 조용한 위로가 필요한 한 해가 있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내고 싶은 한 해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나에게 올해의 곡이 있다면 너에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그렇게 꺼내진 질문이었다.

 이에 돌아온 대답은 아직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지만 연말이 가기 전엔 자신을 일으켜준 혹은 자신을 대표할 노래가 하나 정도 머릿속에 떠오르길 내심 기대한다. 어떤 노래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정한 것만으로도 그 노래는 자신의 단단한 심지가 되어줄 테니.


이달의 곡

 그러고 보면 꼭 한 해의 마지막 즈음까지 갈 것도 아니다. 하루의 끝, 일주일의 끝, 한 달의 끝마다 꼽아진 곡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것이 궁금해졌다. '어떤 것들을 들었지' 하며 그저 잘게 부서진 순간의 조각을 시간이라는 강가에 흘려보내기보다는 '내 안에 깊이 꽂힌 곡들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로서 뿌리를 내렸나' 하고 날들의 벼랑 끝에 서서 그 강가를 바라보며 생각해보고 싶었다. 나에게 너무 단단한 곡이라면 전부 같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어떠한 곡이길래 그렇게나 큰 존재가 되어버렸을까 싶어 그건 그거대로 재미있지 않을까.

  그 중에서 적어도 10곡 정도의 다른 곡을 듣고, 나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사건과 감정이 충분히 쌓이기에는 한 달이 적당하다. 한 달마다 '이달의 곡'을 떠올린다는 것은 나라는 사람을 설명해 줄 곡이자 인생이라는 여정에 가지고 가야 할 곡들이 떠나지 않게 한 달을 주기로 내 안에 잘 붙여놓는 일이다. 그렇게 수많은 영역과 세계가 내 안에 새겨지고 나는 확장되어 갈 것이다. 그렇게 많은 세계를 안고 커다래진 나는 다음 달, 다음 해를 달려가겠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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