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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xs Aug 05. 2022

아비의 호사(豪奢), 아들의 다마(多磨)

아빠의 시간을 아들에게 


8시 20분쯤 집을 나서면 5분이면 도착하는 학교에 다니는 1학년 아들이 오늘 아침에는 아빠 나랑 12분만 있다 가자고 한다. 이유는 일찍 가면 할 게 없어서라고 했다. 알고 있었던 말이다. 학교에서 40분 이후에 등교시키라는 통지문의 내용을 내가 종종 지키지 못했다. 


아빠의 시간

8시 30분에 등교시키고 회사를 출발하면 홍제동 집에서 고양시 원흥에 있는 회사까지는 50분이 조금 안돼 도착한다. 커피 중독 때문에 스타벅스에서 사이렌 오더로 원흥점에 있는 스타벅스에 드라이빙 쓰루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일도 하루의 루틴이라서 빼먹지 않는다. 출근길 커피라는 호사를 누리려면 10분 정도의 여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되도록 8시 30분 이전에 출발이 최적이다.


아들의 시간

아들은 30분 이전에 등교하고 나면 10분 이상을 방황해야 한다. 1층에 있는 통합 돌봄 교실은 웬일이지 어색하고 가는 게 꺼려져서 2학년 형들과 친구들이 많은 2층 돌봄 교실을 가야 한다. 교실에 가기에는 아직 10분이 남았고 2층 돌봄에는 친구들이 없다. 아이는 가방을 메고 학교를 돌아다닌다고 했다. 그러다가 선생님들도 마주친가고 했다. 처음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냥 피식 웃었다.


웃고 나서 그 상황을 그려보니 웃을 일이 아니다. 일찍 도착한 학교에서 갈 곳이 없다. 짧은 시간이지만 방황하게 만드는 게 아빠인 나의 이기심 때문이라는 결론이 이르니 가슴속 아려온다.

그깟 커피가 뭐라고, 안 마셔도 된다. 출근길에 걸러도 얼마든지 마실 기회는 많다. 출근길 도시인의 멋을 흉내 내는 꼴은 그만하려고 한다.


오늘 아침 아빠 나랑 12분만 더 있다 가자는 말, 아이는 기억에서 잊겠지만 아빠는 고이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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