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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VTS 이미지 글쓰기로 산문시 쓰기 ④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무제〉 – 사물을 닮은 나

by 진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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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은 그저 사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삶의 가장 조용한 자서전이다.”



하버드 VTS 이미지 글쓰기는 그림을 ‘해석’하기보다 ‘들어주는’ 글쓰기입니다.

색, 형태, 그리고 여백 속에서 작가의 숨결을 느끼며,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하지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무제〉를 마주했을 때, 저는 단번에 일상의 사물들과 마주 선 제 자신을 보았습니다.

탁자 위의 열쇠, 컵, 우산, 사다리, 그리고 수많은 책들. 그 모든 사물들이 내 삶의 조각들이자, 나를 닮은 언어들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이 산문시는 ‘색으로 존재를 말하는 법’, 즉, 사물 속에 비친 나의 이야기를 그린 글로 태어났습니다.


� 작가 소개 |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Michael Craig-Martin)


1941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난 개념미술가로,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불립니다. 그는 일상의 사물을 단순한 형태와 선명한 색으로 재해석하며, ‘보는 행위 그 자체가 예술’임을 탐구했습니다.


대표작 〈무제〉 시리즈에서는 컵, 열쇠, 우산, 의자, 사다리 등 아주 평범한 오브제들을 대담한 색면과 명료한 선으로 그려냅니다. 그 안에서 사물은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 ‘인식의 상징’이자 ‘의미를 재구성하는 언어’로 변모합니다.


그의 작품은 “사물은 우리가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새롭게 태어난다"라는 철학을 시각적으로 증명해 보입니다. 즉, 사물의 본질보다 사람의 시선이 만들어내는 세계를 이야기하지요.


영국 골드스미스 미술대학교수로 재직하며 데이미언 허스트, 사라 루카스 등 YBA(Young British Artists) 세대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그의 색채와 개념은 오늘날의 시각예술 교육에도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목차


1. 색은 사물의 피부가 아니라, 마음의 반사광이다


2. 책은 나를 비추는 가장 조용한 거울이다


3. 사물은 언어보다 오래 기억한다


4. 결국, 존재는 관계의 색으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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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색은 사물의 피부가 아니라, 마음의 반사광이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그림 속 색들은 단순히 ‘예쁜 색’이 아닙니다.

그의 색은 사물의 표면을 덮는 게 아니라,

그 사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감정과 기억의 반사광입니다.


붉은 사다리, 푸른 컵, 초록 우산. 각각의 색은 ‘누군가의 마음이 닿은 자리’처럼 느껴집니다. 하버드 VTS 식 관찰법으로 그림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그 색들이 우리 안의 기억을 건드린다는 걸 알게 됩니다.

“왜 저 사다리는 저렇게 높을까?”

“저 컵은 왜 비어 있을까?”

이런 질문이 생길 때, 이미 우리는 작가의 세계를 읽는 동시에 우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EC%BA%A1%EC%B2%9844.PNG?type=w1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_Commonplace (with chaise)〉, 2017, 알루미눔에 아크릴(acrylic on aluminium)’


2. 책은 나를 비추는 가장 조용한 거울이다


그림 속에는 책이 한 권 놓여 있었습니다.

그 단순한 책 한 권이 저에게는 수백 권의 기억을 불러왔습니다.

출판사에서 매달 도착하는 새 책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문장 하나,

책장에 켜켜이 쌓인 종이 냄새와 잉크의 시간들.


책은 단순한 사물이 아닙니다.

책의 페이지마다 제가 걸어온 하루의 결이 묻어 있습니다. 읽고, 밑줄 긋고, 덮는 그 반복 속에서 저는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지요.


하버드 VTS 이미지 글쓰기의 관점에서 보면, ‘그림 속 책’은 곧 ‘자신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보이는 것은 종이이지만, 그 안에는 생각의 궤적과 감정의 흔적이 고요히 깃들어 있습니다.


3f00ee7d-c4a0-4ae5-a3ff-2c9284398ced.png?type=w1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색채 구도에서 영감을 받아 생성된 AI 이미지 (일상의 사물들이 나를 비추는 시선으로 재해석된 장면)


3. 사물은 언어보다 오래 기억한다


우리는 종종 사람의 말을 기억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더 오래 기억하는 건 사물들입니다. 책상 위의 열쇠, 의자, 컵, 우산 같은 것들 말이지요.


그들은 말없이 우리의 체온을, 습관을, 하루의 질량을 기억합니다. 의자는 앉았던 사람의 온기를 품고, 컵은 마시던 숨결을 기억하며, 책은 손끝의 리듬을 저장합니다.


그래서 사물들은 인간보다 더 정직합니다.

그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존재하며, 우리가 살아 있음을 증명해 줍니다.


4. 결국, 존재는 관계의 색으로 빛난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그림 속 사물들은 서로 닿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묘하게도 보이지 않는 관계의 선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컵이 다른 사물의 색을 반사하고, 책의 그림자가 사다리의 발목을 덮습니다.


그건 마치 우리의 삶과 같습니다. 서로 다른 색으로 존재하지만, 결국 한 빛 속에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림 속 사물들이 나를 닮았다면, 나 또한 그 사물들이 만들어낸 세상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하버드 VTS 이미지 글쓰기가 우리에게 선물하는 것은 바로 이 ‘사유의 확장’입니다.

사물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때, 세상과 나의 관계도 달라집니다.



산문시 | 〈사물을 닮은 나〉


책상 위 열쇠를 본다.

닫힌 문 앞에서 오래 머물던 마음이 떠오른다. 우산을 펼칠 때마다

비보다 먼저 젖어드는 감정이 있다.


사다리는 오르지 못한 꿈을 대신 올라간다. 나는 여전히 아래에서 그 그림자를 바라본다. 의자는 내 하루의 무게를 대신 감당하며 사라진 온기를 오래 품고 있다.


책은 내 주변의 공기를 바꾼다. 책장에서 책장으로 옮겨 다니며 하루의 풍경을 다시 정리한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건져 올린 문장 하나가 밤의 침묵을 흔들 때도 있다. 출판사에서 도착한 새 책의 냄새는

아침의 공기보다 먼저 나를 깨운다.


컵 속의 물은 조용히 나를 비춘다.

그 흔들림 속에서 생각의 결이 일렁인다.

책의 페이지마다 흩어진 문장 속에는

오늘을 견딘 숨결이 묻어 있다.


종종 사물 속에서 나를 본다.

내가 소중히 여긴 것들이 나를 닮아가듯,

나 또한 그들의 표정을 닮아간다.


사물들은 내 언어다.

내가 선택한 색, 손끝의 습관, 질감 속에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지가 남아 있다.


오늘도 나는 사물들을 바라본다.

그들의 침묵 속에서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다. 결국, 나를 가장 잘 말해주는 건

사람이 아니라, 내 곁의 작은 사물들과

날마다 쌓여 가는 책 들인지도 모른다.


“사물 속에는 삶의 초상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언제나, 내가 있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무제〉는 색으로 구성된 단순한 정물화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존재와 감정이 미묘하게 반사되어 있습니다.


하버드 VTS 이미지 글쓰기는 그 반사된 빛을 따라 ‘보이는 것 너머의 나’를 발견하게 합니다. 사물은 침묵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우리의 언어보다 오래된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책 한 권, 열쇠 하나, 컵 속의 물 한 잔.

그것들이 바로 오늘의 나를 닮은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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