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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VTS 이미지 글쓰기로 산문시 쓰기 ⑤

산문시 쓰기 ⑤김범의 〈친숙한 고통〉 – 가족이라는 미로

by 진순희
day31_%EA%B9%80%EB%B2%94_%EC%B9%9C%EC%88%99%ED%95%9C_%EA%B3%A0.jpg?type=w1 김범_친숙한 고통




익숙한 아픔이 우리를 이어준다


가족이라는 말에는 늘 따뜻함과 동시에 묘한 서늘함이 공존합니다.

김범의 작품 〈친숙한 고통〉은 그 이름처럼,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서 느끼는 익숙한 아픔을 담고 있습니다.



하버드 VTS 이미지 글쓰기는 그림을 보는 ‘나’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림이 내게 묻는 질문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서 ‘내 이야기’를 꺼내는 방식입니다.


이번 작품을 마주한 순간, 오래전 우리 집 거실의 카펫이 떠올랐습니다.

그곳엔 가족의 시간이, 사랑의 무늬가, 그리고 친숙한 고통의 실 한 올이 촘촘히 짜여 있었습니다.


� 목차


1. 그림 속으로 – 김범의 〈친숙한 고통〉


2. 기억의 문양 – 어린 시절의 카펫


3. 사랑의 결 – 닮음과 어긋남


4. 세월의 길 – 사라져도 남는 무늬


5. 산문시 〈가족이라는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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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림 속으로 – 김범의 〈친숙한 고통〉


김범의 작품은 처음엔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관계의 구조가 드러납니다. 겹겹이 얽힌 선과 면은 누군가의 마음처럼 복잡하고 미묘합니다.

그림 속 색과 질감은 단순히 시각적 표현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잠재된 ‘관계의 감정’을 시각화한 듯합니다.


<친숙한 고통〉이라는 제목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는 오래된 감정을 건드립니다.

그건 낯설지 않은, 오히려 너무 익숙해서 더 아픈 고통. 가족이 남긴 결 같은 것입니다.


2. 기억의 문양 – 어린 시절의 카펫


어린 시절 우리 집 거실에는 페르시아의 기하학적 무늬가 짜인 카펫이 깔려 있었습니다. 붉은색과 검은색, 그리고 희미한 황금빛이 얽혀 있었고 그 안에는 별, 새, 낙타, 꽃 같은 문양들이 정교하게 반복되었지요.


어린 날, 저는 그 무늬 속에서 길을 찾았습니다. 손가락으로 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길은 끊기고, 다시 이어졌습니다. 그건 우리 가족의 모습과 닮아 있었습니다.


3. 사랑의 결 – 닮음과 어긋남


아버지는 언제나 직선이었습니다. 단단하고 냉정한 선으로 세상을 구획했습니다.

어머니는 부드러운 곡선이었습니다. 그의 눈빛은 늘 휘어져 있었고, 말은 벽에 부딪혀 돌아오곤 했습니다.


저는 그 두 선 사이의 교차점에서 자랐습니다. 가끔은 그들이 서로 닿지 않기를 바랐고, 또 아주 가끔은 조금만 더 가까워지길 바랐습니다.


사랑은 카펫 속 실 한 올처럼, 잡히지 않지만 분명히 엮여 있었습니다. 서운함과 다정함이 한데 뒤섞인 문양 속에서, 가족이란 풀 수도 새로 엮을 수도 없는 질감임을 배웠습니다.


4. 세월의 길 – 사라져도 남는 무늬


이제 그 카펫은 없습니다. 수많은 이사 끝에, 어느 봄날 기억도 없이 사라졌지요.

하지만 그 무늬는 아직 제 안에 남아 있습니다.


가끔 눈을 감으면 그 붉은 실들이 떠오르고, 그 길 위로 제 아이들의 얼굴이 스칩니다. 그들은 마흔이 넘은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속에서 아이들의 걸음을 따라 미로를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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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산문시 〈가족이라는 미로〉



<가족이라는 미로〉

-사랑은 시간이 짠 가장 오래된 무늬다


어린 시절 우리 집 거실에는 페르시아의 기하학적 무늬가 짜인 카펫이 깔려 있었다. 붉은색과 검은색, 그리고 희미한 황금빛이 얽혀 있었고 그 안엔 별, 새, 낙타, 꽃 같은 문양들이 정교하게 반복되었다.


어린 날, 그 무늬 속에서 길을 찾았다. 손가락으로 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길은 끊기고, 다시 이어졌다. 그건 우리 가족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직선이었다. 단단하고 냉정한 선으로 세상을 구획했다. 어머니는 부드러운 곡선이었다. 그의 눈빛은 늘 휘어져 있었고, 말은 벽에 부딪혀 돌아오곤 했다. 나는 그 두 선 사이의 교차점에서 자랐다. 가끔은 그들이 서로 닿지 않기를 바랐고, 또 아주 가끔은, 조금만 더 가까워지길 바랐다.


사랑은 카펫 속 실 한 올처럼, 잡히지 않지만 분명히 엮여 있었다. 서로 다른 색이 모여 무늬를 이루듯 서운함과 다정함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종종 고통을 닮았다. 가족이란 그렇게 짜인 문양 같았다. 풀 수도, 새로 엮을 수도 없는, 시간이 만든 고유한 질감이었다.


이제 그 카펫은 없다. 수많은 이사 끝에, 어느 봄날 기억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무늬는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다. 가끔 눈을 감으면 그 붉은 실들이 떠오르고, 그 길 위로 내 아이들의 얼굴이 스친다. 그들은 마흔이 넘은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속에서 그들의 걸음을 따라 미로를 걷는다.


가족은 사라지지 않는 무늬다. 때로는 멀리서, 때로는 마음의 바닥에서 빛바랜 선들이 다시 이어진다. 그 무늬를 따라 걸을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사랑이란 결국, 시간이 만든 가장 정교한 문양이라는 것을. 그 문양의 중심에는 언제나, ‘친숙한 고통’을 동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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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남기는 흔적


김범의 〈친숙한 고통〉은 단지 관계의 상처를 그린 작품이 아닙니다. 그림 속 선과 면은 결국 ‘사랑의 증거’이자, 시간이 남긴 흔적입니다.

하버드 VTS 이미지 글쓰기는 이런 내면의 기억을 꺼내는 열쇠가 됩니다. 보는 것이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나를 향한 ‘응시’로 바뀌는 순간, 그림은 인생의 은유로 변합니다.


가족은 때로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이 있기에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무늬를 이어갑니다. 사랑이란 결국, 친숙한 고통을 동반한 아름다움임을 이 그림이, 그리고 이 글이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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