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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는 서툴수록 좋다』-서툴러도 괜찮다는 말 앞에서

by 진순희

“위로는 왜 항상 어려운가”


나이가 들수록 저는 ‘위로’라는 감정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너무 빠른 위로는 상처를 덮어버리고, 너무 과한 위로는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이정훈 작가의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를 읽으며 처음으로 ‘서툰 위로’가 가진 힘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이 책은 화려한 문장도, 특별한 비유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매 페이지마다 마음이 천천히 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장해제가 된다고나 할까요.


책을 덮고도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그 문장들을 중심으로, 제 마음에 깊이 닿았던 기록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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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감정에도 순서가 있다는 말이 주는 울림


2. 함께 걷는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정의


3. 잘 살기 위해 쓰는 글의 힘


4. “꿋꿋하기를”이라는 짧은 기도의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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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정에도 순서가 있다는 말이 남긴 울림



“슬픔에도 순서가 있다는 것을,

내 슬픔은 뒤로 밀려나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감정의 위계를 배웠다.”


— p.35



저 역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감정의 서열’을 익힌 듯했습니다.

“네 감정보다 다른 이의 상황이 먼저야.”

“엄마는 더 힘들어.”

“지금은 네가 울 때가 아니야.”


배우가 되겠다고, 가수가 되겠다고 잊을만하면 집안을 뒤흔들놓는 큰 언니 때문에 친정 엄마는 늘 힘들어했지요. 그래서 내 감정은 늘 뒷전이었고, 나의 슬픔은 설명되지도, 인정되지도 못한 채 마음속 어딘가에 쪼그라들어 있었지요.


2. 함께 걷는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정의



“행운은 ‘함께 걸어갈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고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일이다.”


— p.91


우리는 새로운 인연을 기대하면서도, 정작 옆에서 묵묵히 걸어온 사람을 가장 쉽게 잊습니다.

하지만 진짜 행운은 새로운 사람이 아니라 이미 옆에 있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되는 순간’에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고, 듣고, 돌보는 일을 하다 보니 누구다도 더 이 문장의 깊이를 더 잘 느끼게 됩니다. 작가의 표현은 혀끝에 오래 남는 따뜻한 차처럼 은근한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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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은 잘 쓰려고 쓰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글은 내가 될 수 있는 최대한의 나를 벗어날 수 없다.

대신 잘 살아보기 위해 쓴다.


— p.284


이 문장을 읽는 순간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글쓰기 강의를 하고, 아이들의 글을 다듬고, 성인 수강생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일을 오래하면 할수록 글이 삶의 깊이만큼만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잘 쓰려는 글은 기교를 앞세우고, 어느 순간 마음이 사라져 버립니다. 하지만 잘 살기 위해 쓰는 글은 기교 대신 ‘결’이 남습니다.


‘결’은 나무의 무늬나 천의 질감처럼 그 사람만의 고유한 흐름과 성질을 뜻하지요. 문장을 예쁘게 꾸미지 않아도 말투, 마음의 온도, 살아온 방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그래서 읽는 순간 “이 사람은 이런 마음으로 살아왔구나” 하고 그 사람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글에 사람 냄새가 배고, 문장이 부드러워지고, 읽는 이에게 온기가 스밉니다.

이정훈 작가의 글이 바로 그렇습니다.(아주 오래전 『불리한 청춘은 있어도 불행한 청춘은 없다』를 읽을 때도 그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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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려는 흔적보다 잘 살아내려는 마음이 먼저 배어 있는 글. 그래서 그의 글은 기술이 아니라 삶이 만든 문장입니다.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살아낸 문장이 주는 진짜 울림이죠


4. “꿋꿋하기를”이라는 짧은 기도의 깊이



“태어났으니

부디,

꿋꿋하기를.”


— p.279



짧지만 기도 같은 문장입니다.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자,

스스로에게 필요할 때 붙잡아야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삶은 자주 흔들리고 자주 무너지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기를’이라는 단어는

다시 일어설 이유를 만들어줍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수업 때 학생들에게 건네던 말들을 떠올렸습니다.

시험을 망치고 온 아이가 자기는 살 가치조차 없는 존재라며 낙담하고 있을 때 힘차게 말해줬지요.


"이왕 태어난 거 굳세게 살아야지.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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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누구에게 마음을 쓸 것인가”


이 책은 큰 소리로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한 사람의 솔직한 하루처럼, 담담한 고백처럼 마음에 스며듭니다.


완벽한 위로는 세상에 없습니다.

그래서, 서툰 위로가 더 진심이 됩니다.

책을 덮은 뒤 조용히 제게 물었습니다.


“오늘 나는 누구에게 서툴지만

진짜 마음을 건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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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툼 속에 남는 진심을 믿습니다”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는 지친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은은한 손길 같은 책이었습니다.

읽고 난 뒤, ‘다시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하게 돌아왔습니다.


오늘도 나는

조심스럽고 서툴지만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네기 위한

작은 용기를 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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