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의 ‘아이러브아트홀’에서 열린 곽정은 작가의 『어웨어니스』 북 콘서트는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을 직접 체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었지만, 강연장에 한 발 내디딘 순간 저는 이미 다른 세계로 들어선 기분이었습니다.
30대 초반의 젊은 남녀들로 가득한 공간, 그리고 작가가 무대에 서자마자 고요하게 번져온 묘한 울림.
“지금 행복하신가요?”
첫 문장부터 마음을 파고드는 질문으로 시작된, 깊고 따뜻한 밤의 기록을 남겨봅니다.
아이러브아트홀은 크지 않지만 음향이 고요하게 번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조명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무대 앞의 커튼 뒤로는 마치 한 폭의 까만 밤이 펼쳐져 있는 듯했습니다.
30대 초반의 남성과 여성들이 대부분이었고, 저는 그 안에서 또 다른 세대의 시선으로 이 공간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곽정은 작가는 와인색 벨벳 재킷을 입고 등장했는데, 그 순간 상큼함·투명함·맑음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꿀을 바른 것처럼 윤기가 감도는 목소리는, 책 속 문장보다 더 온기가 있었습니다.
강연은 PPT도 거의 없고, 책의 표지 한 장이 스크린에 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1시간 30분이 흐르는 동안 누구도 시선을 떼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책에서 두세 문장을 가져와 천천히 낭독하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 행복하신가요?”
“행복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순간, 그 질문은 마치 나를 콕 집어 부르는 목소리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이 말은 누군가를 특정해 겨냥하는 화살이 아니라,
결국 스스로에게 되돌아오게 되는 조용한 부메랑 같은 질문이라는 것을.
질문 시간이 되자 첫 번째 질문은 명상에 관한 깊이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위빠사나 명상에서 다시 나로 되돌아오는 것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저는 명상보다도 북콘서트의 진행 기획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했어요. 시간 분배나 형식이나 청중들의 눈높이를 어떻게 맞추는지가 알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첫 번째 질문이 끝나자 바로 이어서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명상에 관심이 많은 분도 계시지만, 완전 초보도 있고 연령대도 다양한데
오늘 강연의 구성은 어떤 기준으로 마련하셨나요?”
제가 궁금했던 것은 이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어떻게 초대하는가였습니다.
(아 참, 질문자에게는 선물이 있었어요. 질문을 하면 자다가도 떡을 받게 되더군요.)
곽정은 작가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오래전 문화센터 강의에서는 A4 용지 8장씩 꼼꼼히 준비해 갔고,
시간이 지나서는 PPT 30장을 만들어 가기도 했어요.
그런데 강연이 끝나갈 때 슬라이드 20장이 그대로 남아 당황했던 적도 있었죠.”
그 경험을 거치며 이제는 강연 방식이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두어 개의 문장만 가져와요.
사람들의 눈빛을 보고, 호흡을 느끼며 현장에서 채워지는 흐름을 믿게 되었거든요.
텅 비워놓으면 오히려 자연스럽게 채워진다는 걸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 알게 됐어요.”라고요.
명상 실습 시간이 되자, 강연장은 숨결 하나까지 고요하게 느껴질 정도로 잔잔해졌습니다.
그 순간 곽정은 작가는 아주 느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네 문장을 낭송했습니다.
“부디 내가 평안하기를.
부디 내가 건강하기를.
부디 내가 고통이 없기를.
부디 내가 잘 살아가기를.”
짧은 문장 네 줄이었지만, 그 울림은 생각보다 깊었습니다.
타인에게는 쉽게 건네는 다정함을 정작 나에게는 거의 주지 않고 살아왔다는 사실이
그 순간 또렷하게 떠올랐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이 문장들은 단순한 위로나 격려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건네는 가장 근본적이고 근사한 사랑임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 시간은 이름 붙여 설명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자애’의 결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누구에게서가 아니라,
내 마음으로부터 다시 나에게 되돌아오는 다정함의 힘을 아주 부드럽게 일깨워 준 순간이었습니다.
사인회 줄은 길었지만 기다림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주었고,
그 분위기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제 차례가 되어 사인을 마치고 나오려는 순간,
출판사 직원들이 다가와 사진을 찍어주며
곽정은 작가의 친필 문구가 담긴 작은 봉투를 조심스레 건네주었습니다.
봉투를 열어 보는 순간,
작가가 직접 손으로 적은 한 문장이 고요하게 제 마음에 스며들었습니다.
“오직 내가 나의 의지처이다.”
그 문장은 오늘 강연에서 들은 모든 메시지를
하나로 이어주는 작은 길처럼 느껴졌습니다.
복잡했던 마음 한가운데
잘 닦여 다시 열린 내면의 오솔길처럼,
언제든 조용히 되돌아올 수 있는 방향을 가리켜 주는 문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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