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앙 보뱅의 책을 읽다가
어제 부산에 있는 서점 주책공사의 이성갑 대표가 크리스티앙 보뱅의 『가벼운 마음』을 추천했다. 너무 좋다는 것이다. 나는 이 대표의 안목을 신뢰하기 때문에 당장 보뱅의 책이 읽고 싶어졌다. 마침 아내는 운동을 하러 갔고 나 혼자 밥을 먹어야 했다. 나는 성북천에 있는 식당 복이네에 가서 점심을 먹고 그 길로 헌책방으로 향했다. 성대 앞 알라딘에 가서 보뱅의 책을 찾았다. 『가벼운 마음』은 없고 『환희의 인간』이 있었다. 나는 그 책을 열어보다가 맨 앞에 있는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라는 문장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글쓰기의 본질을 단숨에 꿰뚫는 기가 막힌 문장이었다.
나도 성수동 살 때 길을 걷다가 누군가 벽을 뚫어 문을 달아 놓은 것을 보고 '저걸 그냥 벽이라고만 생각했으면 아무도 통과할 수 없겠지만 어느 날 누군가 거기에 문을 만들었기에 이젠 누구나 저 벽을 통과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났다. 글쓰기란 그런 것 아닐까. 넘지 못할 벽을 통과하는 마법 같은 것. 글쓰기를 왜 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것 자체가 보상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글은 쓰기 전까지는 애매하고 도대체 뭘 써야 할지 모르겠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한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 과정이 생각보다 더디고 까다로워서 괴롭다. 그러나 글을 다 쓰고 나면 내가 생각했던, 또는 생각지도 못했던 어떤 의미나 가치가 세상에 새로 태어났음을 깨닫는다. 배우 팀 로빈스는 "우리 삶에 찾아오는 공허함과 우울 같은 부정적 요소들은 어쩌면 '창의적이 불꽃'이 결여되어 있어서는 아닐까?"라고 말했다. 삶에서 창의적인 불꽃을 가장 손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글쓰기다. 아, 어서 이 생각을 청주 오창도서관 '손바닥 자서전 쓰기' 워크숍에 온 분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당신이 쓰는 그 짧은 자서전 덕분에 당신의 삶은 그 전보다 더 가치 있고 소중해질 거예요. 어떤 것을 쓰든지 말이죠. 그러니 쓰세요. 저는 당신의 글을 어서 읽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