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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l 04. 2020

방송국에서 한옥을 찍어가다

월요일 아침, MBN 생생정보마당에 나옵니다

완쪽은 현재의 마루와 서재의 모습. 오른쪽은 공사 4일째 같은 장소에서 의논 중인 아내와 임정희 목수님, 그리고 천재목수 김치열 목수님.



방송국 프로그램 작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번에 아침방송을 개편하면서 '랜선 집들이'라는 코너를 만들었는데 거기에 우리 집을 소개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마 도심 속 한옥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서촌 한옥에서 살던 '김정훈 선생'에게 추천을 받았다고 했다. 약간 망설였지만 아내와 의논을 한 뒤 한 번 출연해 보기로 했다. 방송국에서 오면 무슨 얘기를 할지 노트에 메모를 하면서 아내와 다시 한번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이 집을 택할 때 한옥보다는 골목 안에 있는 조용한 단독주택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었다. 성북동 소행성(小幸星)은 '작지만 행복한 집'이라는 뜻으로 내가 지은 집 이름이다. 흙벽 교체 작업을 하면서 벽지 맨 안쪽에 도배되어 있던 쇼와 14년(1939년) 날짜의 신문지를 발견했으니 이 집은 지은지 최소한 80년은 넘은 듯하다. 어디가 제일 좋으냐 물으면 텅 빈 마당의 무용함이 가장 좋다고 대답하자. 비가 오는 날 툇마루에 앉아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너무 좋다. 내 서재가 있는 마루 왼쪽은 글과 관계된 '문(文)'의 공간이고 주방이 있는 오른쪽은 '식(食)'의 공간이 되도록 아내가 큰 기획을 했다. 우리 집은 사람들이 많이 놀러 오는 '느슨한 개방감'이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무조건 사람을 불러 모을 생각은 없다. 놀러 왔던 친구가 늦은 밤 편하게 자고 갈 수 있도록 손님방을 마련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였다. 한옥전문 목수인 임정희 목수님이 없었으면 이 집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 코로나 19 때문에 수영장에 못 가는 어린이들이 가끔 우리 집 마당 미니풀장에서 놀다 간다......


방송국 PD와 작가가 왔을 때 이런 내용으로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작가는 내가 노트에 메모했던 걸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대본 쓸 때 참조를 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월요일에 인터뷰를 했고 목요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방송국은 MBN이고 프로그램 이름은 생생 정보마당이다. 다음 주 월요일 아침 9시 30분부터 방송된다고 한다.


오늘 마루에 앉아 노트북에서 뭘 좀 찾다가 '공사 4일째’라는 폴더가 있길래 들어가 봤더니 벽체를 헐어내고 공사를 할 당시의 심란한 사진이 몇 장 들어 있었다. 임 목수님과 아내가 서 있던 구도에 대들보 위치를 맞춰 다시 한번 사진을 찍어보았다. 불과 몇 달 전 일인데 벌써 아득하게 느껴진다. 에어컨을 켠 채 이 메모를 작성하고 있는데 사진 속의 아내는 겨울 외투를 입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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