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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밤 Apr 21. 2024

프롤로그

희수에게



희수, 죽었어.

친구의 말에 툭,
잔을 놓았어.

지구와 교신이 끊어진 우주인을 상상했어.
까만 우주를 하염없이 떠도는 우주인을 상상했어.
아마도 너는,
지구,

바이바이.
경쾌하게 슬픈 인사를 하고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마지막 남은 추진력을 다해 지구에서 멀어졌겠지.

무한한 공간에서 꿈을 꾸고 있을 너에게,
내 이야기를 해주기로 결심했어.
너에게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어.
너의 여행이 심심하지 않도록,
나와 닮았던 너에게 내 이야기를 해줄게.

이 편지는 너를 통해 나를 보는 편지야.
이 편지는 나를 몰랐던 나에게 쓰는 편지이고,
나처럼 자신을 몰랐던 너에게 쓰는 편지야.
나처럼 외로웠던 너에게.

'나'의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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