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를 만들고 요리를 해볼까?
어릴 적 나는 짜장면 1인분도, 라면 1개도, 피자 1조각도 다 먹지 못하는 아이였다. 초등학교를 입학해서 한 신체검사에서 체중미달이 나왔고 가족끼리 함께 신나게 만두를 빚은 날에도 만두 두 개를 먹고 더 먹지 못했다. 항상 아침밥은 가장 늦게 먹었고 유치원에서 나오는 점심도 항상 가장 늦게까지 먹었다. 특히 면이 나오는 날에는 점심시간이 다 가도록 다 먹질 못했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밥을 남기는 것은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잘못된 거였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꾸역꾸역 다 먹었다. 다른 친구들은 밥을 다 먹고 놀고 있는 시간까지.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아주 많이 아팠다. 한동안 죽밖에 먹지 못했고 살은 더 빠지고 먹은 걸 매일 토해내길 반복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고 난 후 신기하게도 난 먹고 싶은 게 생겼고 많이 먹고 싶었다. 부모님께 밥을 먹자고 했고 집에서는 평소보다 많이, 더 맛있게 밥을 먹었다.
10대의 호르몬 때문이었는지 정량의 음식을 다 먹어야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났기 때문이었는지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나는 훨씬 음식을 좋아하고 잘 먹게 되었다. 내가 담아온 나에게 주어진 양의 음식 또는 엄마가 도시락으로 싸주신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었고 때로는 더 먹기도 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살도 많이 찌고 키도 많이 클 수 있었다. 입은 여전히 짧았고 국물이 있는 국수도 여전히 싫었지만 먹고 싶은 음식들이 생겼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성인이 된 지금도 난 여전히 입이 짧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같은 종류의 음식을 많이 먹지는 못하고 여전히 국물이 있는 국수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는 않는다. 요즘은 오히려 먹고 싶은 것을 찾아다니고 만들어보고 먹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먹는 걸 좋아한다고 모두가 요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하고 그 음식을 누군가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내가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요리는 하고 싶지만 막상 만들고 나면 별로 먹기는 싫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마지막 두 종류의 사람 그 중간쯤에 있다. 요리를 하고 싶지만 때로는 그 음식이 먹고 싶기도 때로는 먹고 싶지는 않을 때도 있다.
나는 어쩌면 다행히도 먹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에서 먹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나아가 먹을 것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요리 프로그램을 좋아했고 레시피를 보고 나도 이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라면을 끓이고 짜장라면을 끓여보고 계란 후라이를 해보고 계란말이를 해보고, 볶음밥을 만들어봤다. 때로는 엄마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 만들어 보기도 하고 인터넷의 레시피를 따라 해 보기도 하고 그냥 가끔은 혼자서 도전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랭을 만들어 보았고 머랭으로 빵을 만드는 요리쇼를 보게 되었다. 오븐은 없었지만 밥솥으로 빵을 구울 수 있었고 계란과 식물성 기름, 밀가루, 설탕으로 만든 간단하면서도 달고 폭신했던 그 빵은 내가 처음으로 만든 빵이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더 많은 빵들을 도전해볼 수 있었다. 물론 수많은 실패와 실수를 반복하면서.
언젠가부터 해보고 싶었던, 언제 가는 할 줄 알았던 요리에 관한 글들을 써볼까 한다.
그리고 요리와 함께 내가 보았던 이야기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과 함께. 이야기와 음식은 항상 함께 있으면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요리를 좋아하고 글을 좋아하지만 한 번도 요리에 대한 글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항상 요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Please Like Me라는 시리즈는 나에게 볼거리, 생각할거리, 만들고 먹을 음식들을 제공해준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 시리즈 속 조쉬가 만들었던, 또는 먹었던 음식들 중 에피소드의 제목으로 사용되었던 음식들을 골라 만들고 그에 대한 이야기 또 Please Like Me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마치 영화 <줄리 앤 줄리아> 속 줄리가 줄리아의 레시피에 도전했듯이, 나도 Please Like Me의 음식들에 도전을 해볼 것이다. 줄리처럼 기간을 정해놓진 않을 거지만, 차근차근 만들고 싶은 음식들, 만들고 싶었던 음식들에 하나씩 도전을 해봐야지.
레시피들을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또다시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보면서. 일주일에 한 개씩, 또는 더 많이. 맛있게 만들고 맛있게 먹고 글을 쓸 것이다. 나는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