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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리하는 일상 Jan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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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 에피소드 10. Christmas Trifle

시즌3 에피소드10, Not so trifling Christmas lunch

보통 TRIFLE이라는 단어는 보통 다음 세 가지 의미 중 하나로 정의된다;

1. 하찮은 것, 사소한 것(일)

2. 가지고 놀다, 우습게 여기다

3. 포도주스에 적신 끈적한 디저트

이번 에피소드의 TRIFLE은 위의 세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가끔씩 많은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장면을 완성했던 조쉬 토마스는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서는 모든 등장인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한 에피소드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그 속에서 떠오르는 문제들과 불안감을 수면 위로 한꺼번에 올려버린다. 처음으로 조쉬라는 캐릭터가 다른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화를 내는 장면도 이 에피소드에서 일어나며 서로가 알지 못하고 있던 사실들, 또는 오해와 짐작들을 서로서로 들춰낸다. 이 에피소드는 이 시리즈에서 가장 불안하고 위태롭게 진행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물론 보는 사람들은 즐거울 수 있지만 이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아닐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한 곳에서 이야기를 하고 모든 일들이 식탁 앞에서만 일어난다는 점에서 연극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연극들은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다.


시즌3 에피소드10, 크리스마스그레이비 사건

신을 믿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크리스마스이브 또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음식을 만들고 차려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저녁 계획은 생각보다 커졌고 매 해 적어도 일주일 전부터 어떤 음식을 만들고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기 바빴다. 크리스마스는 언젠가부터 내 생일보다, 다른 사람들의 생일보다 더 힘들면서도 즐거운 날이 되었다. 나는 그 날을 그저 내가 마음껏 요리를 할 수 있는 날로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쉬의 집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들고 온 음식 딱 하나, 로즈가 만든 쇼트 브레드 쿠키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봐서 딱히 맛있는 쿠키도 아니다. 그 외 한상 가득 차려진 다른 음식들은 모두 조쉬가 준비한 것이다. 요리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느껴보겠지만 요리는 때로는 즐겁기도 하지만 때로는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요리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때나 내가 한 요리를 상대방이 즐겨하지 않았을 때, 요리와 음식은 행복이기보다는 절망에 가깝다.

그리고 시즌3의 마지막 에피소드 크리스마스 트라이플은 조쉬가 만든 그레이비를 아놀드가 바닥에 쏟으면서 시작된다. 그레이비를 쏟은 아놀드에게 조쉬는 말한다. '괜찮아, 치우고 남들에게는 그레이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자.'


크리스마스 요리 준비는 나에게 내가 요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각자의 생활을 하고 있는 가족들이 함께 저녁을 먹는 며칠 안 되는 날이기도 하다. 설날과 추석과 같은 명절을 빼면 그렇게 많지 않은 날이다. 조쉬의 손님들과 같이 다수의 사람도 아니지만 그런 가족이 함께 하는 자리에서는 언제나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게 작든 크든. 그렇기 때문에 가끔 대가족이 아닌 것을 감사해하기도 한다.

조쉬의 가족과 친구들은 계속해서 돌아가면 한 사람을 겨냥한 농담거리를 주고받는다. 그 농담 또 진담이 고의일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들의 메이의 그레이스 양육 방식, 톰과 엘라, 그리고 톰과 클레어와의 관계, 조쉬와 아놀드, 그리고 벤의 관계 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방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의식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 '하나'가 존재한다. 하나는 우리가 현실에서 알고는 있지만 애써 피하려는 그 무언가로서의 역할을 에피소드에서 해낸다. 하지만 마지만 조쉬의 폭로에서 하나 또한 벗어날 수 없다.


시즌3 에피소드10, 크리스마스 탓이 아니예요

스트레스 가득했던 이 에피소드와는 달리 트라이플을 만드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커스터드 크림, 생크림, 케이크 시트, 과일, 그리고 젤로가 필요한 이 디저트는 한 가지 재료를 준비하고 그게 식을 때를 기다리며 다른 재료들을 준비하면 마지막으로 그 재료들을 차근차근 쌓아주기만 하면 된다. 그 디저트의 이름과 모양과는 달리 생각보다는 쉬운 디저트라고 생각된다. 

조쉬는 크리스마스 디저트로 트라이플뿐만 아니라 두세 가지 디저트를 더 준비한다. 이렇게 많은 디저트를 만든 조쉬를 보고 로즈는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린 이렇게까지 낭비를 해도 되니?'라는 말을 하고 앨런은 메이에게 '디저트(desserts)를 반대로 쓰면 스트레스받다(stressed)가 된다.'라는 말을 한다. 이미 화가 오를 대로 오른 조쉬는 그동안 자신의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담아 뒀던 불만을 토해내고 반려견 존과 트라이플과 함께 집을 나간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아침을 시작한 인물들이 조쉬의 집에 모여 한 테이블에 함께 앉는다. 그들 앞에는 음식들이 가득하고 모두들 서로를 만나서 기뻐 보인다. 그리고 조쉬의 새로운 친구 엘라는 유태인이지만 이 크리스마스 점심에 참여를 하는데 의미를 둔다. 그들은 처음에는 피아노도 치며 캐롤도 부른다. 하지만 모든 음식이 준비가 되고 상에 놓이고 모든 사람들이 마침내 자신의 자리에 앉아 먹기 시작할 때 모든 사람들은 그레이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하찮고 사소한 일들이 계속 쌓여 폭발해버리고 아놀드에게는 사소해 보였던 그레이비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는 끝이 나게 된다. 마치 켜켜이 재료들을 쌓아 만드는 트라이플과 비슷한 형태이기도 하다. 물론 완성된 트라이플은 아름답지만 감정의 폭발은 종종 추하다.

조쉬는 그렇게 모두가 모여 있던 곳에서 벗어나 공원 벤치에서 존과 자신이 만든 트라이플을 먹는다.

시즌 3 에피소드10, 메리 크리스마스


사용재료

커스터드: 달걀, 우유, 설탕, 바닐라

케이크 시트: 밀가루, 버터, 달걀, 설탕, 바닐라, 우유, 레몬, 베이킹 파우더

생크림, 딸기, 머랭(달걀 흰자, 설탕)

(젤리는 넣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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