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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리하는 일상 Mar 05. 2020

초록 지붕의 앤 4.

진저 스냅 (생강 쿠키)

브리짓과 진저, 두 자매는 여덟 살부터 한날한시에 함께 죽기로 약속을 맺는다. 죽음에 대해 기묘한 집착과 환상을 갖고 있는 브리짓과 진저는 브리짓을 괴롭힌 트리나 신클레어의 강아지를 납치하러 가는 길, 한동안 마을에 출몰하던 정체모를 짐승에게 습격을 받는다. 그리고 그날 밤 이후 진저에게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짐승에게 물린 상처는 너무 빨리 아물고 상처에서는 털이 자라기 시작하며 꼬리가 나고 끔찍하게 폭력적으로 변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 이 영화를 처음 보고는 그저 기괴하지만 재미있는 공포영화라고 생각했고 대학생이 되고 다시 이 영화를 봤을 때 이 영화는 단번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포 영화가 되어버렸다. 영화의 제목은 <진저 스냅 (Ginger Snaps)>이고 브리짓과 진저, 두 자매의 이야기다. 붉은 머리의 진저는 돌변하여 서서히 늑대 인간이 되어가고 죽음에 대한 환상에 젖은 브리짓과 진저는 죽음을 테마로 사진을 찍는다.

진저 스냅 (2000)

따뜻하고 발랄한 우리의 앤의 이야기와는 동떨어진 작품이기도 하지만 진저 스냅이란 이름을 가진 생강 쿠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동명의 영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자매에 대한 영화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빨강머리 앤과 검정머리 다이애나와 마찬가지로 브리짓과 진저는 빨강머리와 검정머리의 캐나다 청소년들이다. 영화는 캐나다의 한 마을에서 시작하여 그 마을에서 끝난다. 앤과 다이애나가 평생 단짝을 약속하듯 브리짓과 진저는 자매로서 함께 하는 죽음을 약속한다. 하키를 하는 남자아이들이 등장하고 여자 아이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등장하고 동급생들의 오묘한 긴장감도 등장한다. 20세기와 2000년, 서로 다른 시기에 쓰인 이야기지만 앤 그리고 브리짓과 진저는 같은 시기의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내가 너를 사랑하듯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죽음 아닌 어떤 것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하리라.




진저 스냅 (생강 쿠키)

아무튼, 앤과 다이애나의 첫 티파티에서 라즈베리 코디얼이 있었고 거기엔 마릴라가 말했던 생강 쿠키와 과일 케이크가 있기도 했다. 꼭 다이애나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디저트가 아닌, 원래 집에 있지만 손님맞이용으로 낼 수 있는 간식거리들을 앤은 소중하게 준비한다. 

앤의 이야기 속 티타임에는 꼭 과일 케이크가 등장한다. 그리고 가끔은 파운드 케이크가 함께 준비되기도 한다. 그래서 난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는 생강쿠키와 함께 과일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적절한 재료들만 있다면 쉽게 만들 수 있는 케이크이기 때문에 마릴라의 집에는 파운드 케이크가 항상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픈 미니 메이를 간호하고 배리 부인의 초대로 간 다이애나의 집에서 앤은 또다시 과일 케이크와 파운드 케이크와 함께 차를 대접받는다. 라즈베리 코디얼 사건이 이후 배리 부인의 허락으로 다이애나의 집에 다시 오게 된 앤을 위해 베리 부인은 최고의 도자기에 음식을 대접해준다. 두 종류의 케이크와 비스킷, 과일 절임 등을 내오고 앤에게 차를 마시는지 물어보기까지 한다. 이 티파티에서 집으로 돌아온 앤은 자신의 빨강 머리에도 불구하고 지금 가장 행복한 사람임을 선언한다. 자신의 티파티는 끔찍하게 끝났지만 또 다른 티파티를 통해 다시 행복을 찾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일화를 통해 어쩌면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앤의 이야기를 쓰면서 생각했을 말이 앤의 입으로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어쨌건 제가 어른이 되면 아이들도 어른처럼 대할 거예요. 그리고 아이들이 거창한 말을 해도 웃지 않을 거예요. 제 슬픈 경험을 통해서 그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알았거든요.


그리고 이 말은 모든 청소년들이 마음 한편에 품고 있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앤이 어른처럼 대접받은 날을 행복한 날로 생각하듯 <진저 스냅>의 브리짓과 진저 주변의 어른들도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주변 상황은 브리짓과 진저의 관계를 더 끈끈하게 해 줄 뿐이다. 




 몇 주 전에 만든 라즈베리 코디얼은 다 마셨지만 그래도 난 앤의 티파티에 등장하는 생강 쿠키와 과일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어 보았다. 지금의 날씨와 어울리는 과일이기도 하고 가장 구하기 쉬운 과일인 사과를 골라 사과를 밑에 깔고 그위에 파운드 케이크 반죽을 넣어 업사이드다운 케이크를 시도해봤다.

밀가루 1 파운드, 달걀 1 파운드, 버터 1 파운드를 넣고 만들기 시작했다 하여 파운드 케이크이라고 불리는 이 케이크는 달걀이 유일하게 케이크의 부풀기를 좌우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달걀이 들어간다. 만드는 사람마다 각자의 브라우니 레시피와 바나나 케이크 레시피가 있듯 파운드 케이크도 나만의 레시피가 존재한다. 취향에 따라 다양한 과일과 초콜릿 또는 잼을 추가할 수도 있고 그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의 양이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사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재료는 아무래도 시나몬이었다. 생강과 시나몬이 함께 들어가는 생강 쿠키와 적절한 조합이기도 했다. 케이크는 생크림과 함께 먹어도 좋고 앤이 원했듯 차와 함께 먹으면 더 좋다. 배리 부인이 앤에게 차를 원하냐고 물어봤던 것처럼 나도 이 케이크를 대접하면 반드시 상대방에게 차를 마시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고 싶다.


사과 파운드 케이크

버터 190g

설탕 250g

달걀 4개

생크림 30ml

바닐라 1 tsp

밀가루 215g

시나몬 가루 1 tbsp

넛맥 가루 1/2 tbsp

소금 1/4 tsp


큰 사과 1개

버터 1 tbsp

설탕 80g

시나몬 가루 1 tbsp


1. 사과를 한입 크기로 잘라 팬에 버터, 설탕, 시나몬 가루를 함께 넣고 볶는다.

    (사과는 식히기 위해 옆에 놓고 이제 케이크를 준비합시다!)

2. 실온에 둔 버터를 크림화 하고 설탕을 넣어 다시 한번 크림화 한다.

3. 크림화한 버터와 설탕에 달걀을 하나씩 넣어 뭉치지 않게 잘 섞어 반죽을 부풀린다.

4. 부풀려진 반죽에 생크림과 바닐라를 넣고 거품이 꺼지지 않게 잘 섞는다.

5. 밀가루와 소금, 시나몬 가루는 채에 내려 위의 반죽에 함께 넣고 역시 거품이 꺼지지 않게 천천히 접는 듯이 섞는다.

6. 파운드 케이크 틀에 사과 볶음을 깔고 위에 케이크 반죽을 넣는다.

7. 섭씨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 오븐에 따라 40에서 1시간 정도 굽는다.



*글에 나오는 인용구는 모두 고정아 번역가님이 옮긴 윌북의 <빨강 머리 앤>에서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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