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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리하는 일상 May 22. 2023

위로의 음식들

0. 한 달 한 접시, 위로의 한입

<리틀 포레스트>의 음식들을 계절별로 하나씩 만들겠다고 결심한 지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 이야기는 끝내지도 못했다. <리틀 포레스트>의 봄 음식인 꽃 파스타까지 만들었지만 그 음식의 이야기는 글로 이어지지 않았다. 일을 쉬고 있던 날들이었지만, 일이 아닌 다른 것들이 삶을 치고 들어왔고, 음식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할 시간들이 점점 사라지는 시간들이었다.

한동안 글을 쓰는 데 매진하기도 했지만 그 글을 다 쓰고 나자 모든 게 멈춰 버렸다.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도, 글을 읽고 싶지도,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마침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서 익숙하지 않은 업무 환경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간들이었고, 많이 마음을 졸이며 살았던 시기이기도 했다. 하루 다섯 시간을 길에 버렸고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무엇을 할 수 있는 시간도, 힘도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그래도 내 수중에 시간이 좀 더 생겼다. 1년이 넘어가는 지금, 쓰고 싶은 글도 써보고 읽고 싶은 책도 읽어보고 해보고 싶은 일들도 조금씩 도전해보았다. 그러다가 모든 게 무너져 버렸다.


그동안 많다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마음이 슬픔에 사무쳐서 매일 밤 울지 않으면 잠을 들지 못하는 밤이 많았다. 기쁜 날들도, 아무 걱정도 없던 날들도 있었다. 그런 날들에도 가끔은 끝없는 우울이 찾아오기도 했다. 나는 예전에도 지금도, 그래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요리에 눈을 돌린다. 지금도 그래서 나는 마음을 요리에 쏟고 있다. 퇴근 후 저녁에 무엇을 해 먹을지, 주말에는 무엇을 할지, 친구에게 어떤 음식을 선물해 줄지. 요리책을 사고 그동안 해와서 이제는 내 레시피가 생긴 음식들을 다시 돌아보고.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을 처음으로 보기도 했고 나머지 시간에는 이와이 슌지의 <러브 레터>를 계속해서 돌려보았다.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먹으러 다녀보기도 하고, 친구들을 초대해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들을 해서 먹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계속해서 <러브 레터>를 돌려보았다.

<러브 레터>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그 영화를 보았던 이유는 내가 요리를 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았다. 

위로가 되는 영화였다. 추억과 잃어버린 시간으로 점철되는 영화는 울면서 잠이 들곤 했던 날들에 위로를 주었다. 나는 그래서 <러브 레터>를 보고 요리를 했다. 그러다 보니 살기 위해 했던 음식들을 기록해서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순간을 기록하자. 살면서 이 시간을 돌아보자. 잘 살아보자. 뭐, 그런 마음에서.

어쩌면 이 시리즈는 끝내지 못한 <리틀 포레스트> 시리즈의 연장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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