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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마리 Feb 07. 2023

하루에 십만 원이면 충분합니다

여행 경비는 얼마 들어요?

나는 지금까지 29개 나라 97개 도시를 여행했다.

1년에 3번 정도 여행을 하는데, 여행을 갈 때마다 사람들이 나에게 묻는 단골 질문 중 하나가 "(돈이) 얼마나 들어?"이다.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늘 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사람마다 씀씀이가 다르고 여행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기에 같은 여행지를 찾아가더라도 어떻게 여행하느냐 누구와 여행하느냐에 따라 경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년 전 발리에서 6개월 간 살면서 가계부를 정리하고, 지금까지 다녔던 여행 경비를 정리하면서 느낀 점이 있었다.

결국 '하루에 10만 원이면 충분하다.'이다.


여행 경비로 하루에 10만 원이면 충분하다는 것은 물가가 싼 동남아, 물가가 비싼 유럽의 나라들, 혼자 여행, 여러 명이서 여행, 뚜벅이 여행, 차를 렌트해서 다니는 여행을 모두 경험해 본 나의 결론이다.

비행기 티켓 금액을 제외한 현지에서 필요한 모든 금액, 예를 들어 관광할 때 필요한 입장료나 식비, 현지 교통비, 호텔 등을 포함한 비용이 1인 당 10만 원이면 여행 경비를 대략 측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30대의 월 몇 백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일반 직장인의 기준이다.


이렇게 셈을 하고 나서 나는 에스토니아 3개월 살기, 미국과 캐나다 로드트립,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러시아 여행을 다녀왔는데, 어느 정도 예산을 계획하기 쉬웠고, 나중에 경비를 정리하면서 어느 정도 1인 당 10만 원 정도의 금액을 사용한 것과 비슷한 정도의 경비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나도 '싸게' 여행을 다니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비교하고 후기를 읽어가며 최대한 비용을 절약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준비 과정도 결국 '기회비용'이라는 것을 느꼈다.

내가 더 저렴한 쿠폰이나 사이트를 찾기 위해서 사용하는 시간들로 한 번이라도 더 여행지를 느긋하고 여유롭게 온전히 즐기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여행을 가는 것은 결국 일상에서 나와 나를 돌아보고 휴식을 주는 행위인데, 그것을 위해 나는 여행지에서조차 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했다.


그리고 저렴한 패키지나 상품이라 대행사를 통해 예약했는데, 갑자기 취소되거나 변경되어 여행 일정이 엉망이 되거나 발을 동동 구르며 수습을 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거나 후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항공편 때문에 한 번 이런 상황에 부딪힌 적이 있는데, 이런 경험을 하고 나서는 진땀을 빼는 것보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는 것이 여행지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더 유연하게 대처하기가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프로 할인 금액보다 내 마음과 여행 일정의 안녕과 여유를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엄청나게 파격적인 세일이나 프로모션이 있다면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선택을 하고 나면 결국 사람에게는 '보상 심리'라는 것이 존재해, '내가 이것은 시간을 투자해서 싼 것을 했으니, 다른 것에는 좀 더 사치를 부려도 되겠지.'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보상 심리에 의해 행동하게 되어버린다면, 결국 돌아와서 비용을 정산하다 보면 세일받은 금액만큼 다른 것에 돈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기본 '하루에 10만 원'이라는 규칙을 세우고, 여행을 계획한다.

일단 예산을 세워놓고 나면 '더 싸게'라는 굴레와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여행지의 성격 혹은 이번 내 여행 콘셉트에 맞는 여행을 계획한다. 

동남아에 여행을 가면 좋은 호텔이 비교적 저렴하니 호캉스를 하고, 물가가 어느 정도 저렴하니 먹거나 관광지를 구경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이 적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도 순례길에서 사용하는 비용이 비교적 적으니(하루 종일 먹고, 걷고, 자는 것 밖에 하지 않아, 한 두 끼의 식사 비용과 순례자용 숙소 비용만 필요해 다른 여행에 비해 저렴하다), 순례길이 끝나고 여행하는 나라나 도시에서 좀 여유롭게 돈을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더 저렴하고', '더 혜택 받고', '비용면에서 더 효율적인'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묘미는 '평소의 나와 다른',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찾고, 거기에서 느끼는 감정을 충분히 즐기고 나의 활력으로 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묘미를 온전히 느끼고 경험하기 위해 여행에서 사용하는 돈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규칙을 세우고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면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은 더 커질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포르투 동루이스 다리에서. 여행은 늘 사용한 금액보다 많은 것을 남긴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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