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느 예술가의 일지 Sep 18. 2024

어느 예술가의 일지 23

오밤중에 생각한 일


오밤중에 ‘나는 과연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었는가’에 대해 계속 생각한다.  나는 시대를 풍미할 천재가 되고 싶었지만 천재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인 30대 초반에 승리의 깃발을 꽂지는 못했다. 때때로 과거에 가장 수치스러운 줄 알았던 시간은 돌이켜보니 가장 용기 있고 영광스러웠던 순간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친구의 죽음을 얻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릴 때 상상했던 어느 tv에 나오는 화려한 삶들은 나와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영광스러운 방향으로 삶이 흘러간 건 아닌 듯 하지만 ‘사랑’을 얻었다. 그러니까 내 삶이 주위에 지키고 싶은 것들로 가득해지는 것은 공허한 빛나는 작품보다 쉽게 얻어질 수 아닌 것을 안다. 왜냐하면 삶은 너무나도 불운의 바람으로 가득해서 나는 그것을 비켜가 여기 이렇게 살아있다는 걸, 나는 20대 때에 누구보다 열심히 감각해 왔으니까. 그러니까 때때로 불어오는 비극에, 불운에 , 더딤에 나는 초연해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제대로 된 춤을 추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더 멋진 춤을 추기 위해 잠시 내 삶을 풍부하게 할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한 시간들이라고 믿고 있다.


그저 삶을 성실하게 살아내야겠다. 20대 때 내가 그래온 것처럼. 아니, 더 성실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성실함이 뛰어남으로 빛남으로 발현되면 좋겠다. 그러니까 지금의 때때로의 불운들도 성실하게 견디자.


오밤중에 ‘내가 왜 작가가 되었을까’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했다. 운명의 길을 따라 작가가 되었다. 나도 영웅의 운명을 타고났지. 영웅이니까 나는 최고가 될 거야, 그렇게 나를 위대하다고 착각하는 사이비 종교 같은 말이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여기 나의 위대함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운명의 길을 따라 누군가의 삶에 희망과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알려주기 위해, 그 길을 알려주기 위해 작가가 되었어. 그러니까 내가 영웅이라는 것을 믿고, 그러니까 내가 갖고 있는 불운 정도는 쉽게 이겨내, 결국 내가 작가가 되어야 할 그 길을 향해 걸어가는 것, 그것이 내가 영웅임을 믿는 일이다. 쓸데없는 나가 아니라 되고 싶은 나에게 집중해서 골똘히 살아낸다면 찬란한 이야기들이 나올 것이다.


조금 더 즐기고,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해야지. 이제 과거의 작품들을 완성해 버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완성되지 못한 작품도 잠시 옆에 놓아두어야지. 돌고 돌아 다시 만나는 날들이 오기를. 어젯밤에는 밤새 진짜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생각했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지나온 과거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그때의 네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늘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사랑과 희망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는 결국 내가 어릴 때 꿈꾸던 그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예술가의 일지2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