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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스키토 맨

by 오제이


더위가 물러갈 즈음부터 모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이제 숨 쉴만해졌나 보다. 모기들도 폭염 때는 못 살겠다 싶어서 조용히 지낸 건 아닐까. 나는 평소에 모기에 잘 물리지 않는 편이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모기에 물린다. 체질이 바뀐 걸까? 내 피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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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귀여운 고양이를 한 마리 만났다. 길냥이 치고 사람을 무척 잘 따르는 데다 애교도 많은 녀석이었다. 아직 아기여서 그런지 사람 무서운 걸 모르는 듯했다. 강아지풀을 꺾어서 이리저리 굴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아줬다.


고양이에 정신 팔려 있는 사이 모기는 열심히 주린 배를 채웠다. 모기에게는 마치 뷔페가 차려진 느낌이었을 테다. 아내와 나의 몸을 오가며 구석구석 알차게도 물었다. 모기에 물렸다는 걸 알게 되니 갑자기 가려워졌다. 몰랐다면 가렵지 않았으려나? 5분 즈음 지난 뒤부터는 꽤 크게 부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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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일명 ‘모스키토 맨’. 모기에 물려도 한두 시간이면 가라앉는다. 어릴 때는 손톱으로 십자가를 긋고, 피가 날 정도로 긁어댈 만큼 가려움이 심했는데, 이상하게도 요즘에는 별로 가렵지 않다. 잠깐 신경 끄고 있다 다시 돌아보면 모기 자국이 사라져 있다. 참 신기하면서도 의아한 일이다.


나의 면역력이 좋아진 걸까? 아니면 나빠진 걸까. 나는 나의 주치의 G 선생께 답을 구했다. 답변은 의외였다. 면역력이 높아진 게 사실이었고, 모기 침이 지닌 독성에 적응한 탓일 수도 있다고 했다. 요즘 나이를 거꾸로 먹는 기분이다. 하루가 다르게 건강해지고 있다.


올해 초반에 정해두었던 목표는 첫째가 ‘건강’이었다. 한 해의 마무리를 향해 가는 지금, 나는 목표 달성에 꽤 가까워졌다. 남은 4분기도 힘내서 인생 최고의 몸을 만들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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