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경보이니 바깥활동 하지 말라는 안전문자가 종일 울릴 정도로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젊었을 때는 야간 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가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는 게 뉴스에 나올 정도였는데, 요즘 여름엔 열대야가 아닌 밤이 없을 정도이다. 지구 온난화가 그만큼 심각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단군할아버지가 터를 잘못 잡아서 여름엔 40도, 겨울엔 영하 20도, 봄엔 황사, 장마철엔 시간당 120mm 폭우, 태풍도 몇 개씩 오는 극악의 기후에서 살아서, 기후변화를 심하게 못 느낀다고 씁쓸하게 말하곤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온돌과 에어컨 배수로가 비교적 잘 갖춰져서 견딜만하다.태양활동 주기가 11년인데 올해 까지가 가장 세고 내년부터는 조금씩 꺾인다는 과학뉴스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보기도 한다.
베란다정원을 가꾸기 가장 힘든 계절은 추운 겨울이 아니라 더운 여름이다.
우리 집 베란다는 남서향으로 빛이 잘 들어와 식물이 잘 자라는 편이지만 동시에 여름엔 38도까지 베란다 온도가 올라가 버린다. 바닥에 물 뿌려줘도 금방 말라버리고 선풍기를 2대씩 돌려주어 통풍을 시키기도 한다. 너무 빛이 강할 때는 버티칼을 쳐줘서 온도를 1도라도 낮추려고 애쓰지만 이 방법은 오래 쓰면 식물이 빛부족으로 웃자라서 오히려 약한 개체로 만들어 버린다.
제라늄의 잎이 초록이 아닌 노랗게 변하는 현상을 겪는 것도 바로 여름이다. 다행히도 찬바람 불면 이 생리장해는 초록잎을 새로 내면서 회복된다. 물 주기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겉흙이 금세 말라 보인다고 물을 너무 자주 주면 무름병이나 흙에 곰팡이가 온다. 그렇다고 너무 말리면 생리장해가 심해지고 잔뿌리가 말라서 죽는다.
카틀레야 크리스트라우드
난초는 대개 강한 편이긴 하지만 여름철에는 화상 입는 것과 잎에 물이 고여 썩는 거에 주의해야 한다. 물주기는 저녁이나 이른 새벽에 주어 햇살이 잎에 닿을 때 잎에 물방울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물방울이 볼록렌즈가 되어 잎을 태우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습하고 뜨거운 공기가 고여있지 않도록 선풍기를 돌려주어 통풍을 해줘야 하는데 나는 그냥 24시간 내내 틀어준다.
어린이나 반려동물이 없어 농약 치는 게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면 장마 후에는 살균제와 적절한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도 좋다. 날파리나 응애, 깍지벌레가 많아지는 시기이다.
카틀레야 하와이언송
카틀레야 원종의 경우 원산지에서는 꽃이 피는 계절이 정해져 있겠지만 교배종의 경우는 성질이 많이 섞여서 제철이 없어졌다. 우리 집 카틀레야는 새촉이 나와 개화사이즈로 자라면 사계절 아무 때나 피는 것 같다. 어느 해는 한겨울에 피었던 게 여름에 피기도 한다.
한여름에도 예쁘게 핀 난초를 보고 향기를 맡으면서 여기가 열대지방 휴양지려니 하고 스스로 위안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