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라, 더 좁혀라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의 시대입니다.
잘 되는 기업들은 막강한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더 많은 성장을 이루어 내고 있고, 잘 되는 개인은 축적된 경력 레퍼런스와 SNS를 바탕으로 더 많은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마치 복리효과와 같다고 할까요. 반면에 매출과 수익이 감소하는 기업들은 연이은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고 차별적 역량이 없는 개인은 현재의 직장에서 몸 사리며 운신의 폭을 넓혀 나가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나마 받고 있는 근로소득조차 흔들릴까 하는 불안감이 높기 때문이죠.
이렇게 요즘 사회는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의 시대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중간층이 많이 없어진 것이죠. 이런 흐름에서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인상 깊게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방영 전 소설 원작이 서점가에서 주목을 끌었기에 소설로도 한번 읽었던 내용이지만 드라마 속 배우 류승룡 씨가 보여주는 김부장의 모습은 현재와 같은 초양극화의 시대에 직장 내에서의 개인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서 어떤 전략을 세워나가야 하는지 보여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성장의 시대 속 기업의 직장인과 저성장 시대 속 기업의 직장인은 지속적으로 자리를 지켜내는 형태가 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속 김부장은 입사 이후 진급 누락도 없이 회사에 헌신하며 동기들보다 빠른 진급을 통해 대기업 부장 자리에 오릅니다. 실무자 때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영업맨이었고, 보고서 작성 하나는 끝내준다는 평을 받으며 직급이 올랐죠. 그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고 그러한 아집이 자신을 꼰대 부장으로 만들고 후배직원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직속 상사인 백정태 상무에게도 눈 밖에 나서 한참 후배인 도진우 부장에게 영업팀 팀장의 자리를 내주고 자신은 지방 공장으로 좌천당하게 되죠. 공장에 좌천된 이후, 백정태 상무는 김부장에게 말합니다. 뭐 좀 깨달은 게 있냐고. 너는 일하는 척을 한 거지 진짜 일을 한 게 아니라고. 김부장은 혼란스럽고 원망스럽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상관의 비위를 맞추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후 여러 가지 절망적인 상황들 속에서 진정으로 자신의 모습과 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갖죠.
드라마 속 장면의 일부이지만, 하루 8시간이라는 업무 시간을 특정한 장소에서 의미 없이 점유하는 행위는 앞으로는 점차 의미가 옅어질 거 같습니다. 일하는 척이 아닌 자신이 할 수 있는 진짜 일을 하고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에서는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말은 쉽지만 어려운 이러한 성과가 나는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자신의 산재된 기회들을 정리하여 좁히고 더 좁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좁힌다는 것은 나의 전문성이 드러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파트에 좀 더 집중한다는 의미입니다. 한 가지 뾰족한 날에 의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그 결과들이 또 다른 성장의 기회들을 만들어 줄 확률이 높습니다.
자, 오늘 우리는 무엇을 더 좁혀나가야 할까요? 생각이 깊어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