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야 하므로 고통받는
내가 항상 생각하는 것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이다. 두 가지씩 비교해보자면 적은 돈을 받고 일을 적게 하는 것과 많은 돈을 받고 일을 많이 하는 것 중 고르라면 전자. 많은 경험을 하는 것 과 많은 돈을 갖는 것 중에는 경험 이런 식이다.
삶의 큰 그림을 그려보고자 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 있다. 바로 현재를 소중히 보내지 못하고 생각만 느는 것이다. 나중의 결과를 생각하다 보니 지금의 모든 사소한 행동들이 벅차게 느껴진다. 그리고 망설이며 현실을 놓친다.
현실의 나를 잊는다. 미래의 찬란한 나는 지금부터 갈고닦아야 하는 것인데 현실의 나를 마주하기엔 너무나도 두려운 일이다.
일시적인 즐거움을 찾기 위해 핸드폰 속으로 빨려 든다. 손만 움직이면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이 주는 유혹은 나의 시간을 갉아먹는다. 그렇게 점점 나를 컨트롤할 수 없게 된다. 스스로를 제어하는 일이 언제부터 이렇게 어려웠을까. 생각하는 것. 계획하는 것. 사람과 관계를 가지는 것. 연락하는 것. 씻는 것. 양치하는 것. 사소한 것 하나하나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생각을 깊게 할 수 없게 되었다. 어느 이상으로 넘어가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남아있는 것은 현실의 나.
좋은 상황과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행복해야 한다. 그런데 끊임없이 불행하다.
가장 괴로운 것은 나에게 고통을 주는 이가 사실 나 자신이란 것이다. 모든 시간을 함께 생각하고 존재한다.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