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의 나
20191107.
통제 못하는 감정을 갖는 것은 생각보다 큰 힘이 들었다. 언젠가 우울증이었던 친구는 감정은 파도 같은 거라고 했다. 파도가 밀려오듯 나를 잠식하고 나는 어쩔 줄 몰라 조용히 당한다. 살면서 이렇게 감정을 적나라하게 느낀 적이 있었나 싶다.
가장 두려운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나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밑바닥까지 적나라하게 느끼며 잘근잘근 밟고 올라와야 한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지금의 파도는 기쁨과는 거리가 멀다. 나도 정의 내릴 수 없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감정이다. 이유를 곱씹어보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
행복을 가늠하려면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을 살아야 한다. 오늘의 나를 잘 보듬어야 내일의 내가 살 수 있다.
내 주위엔 감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많다. 항상 나는 그런 친구들을 사귀어왔다. 공감하지 못하고 멀어졌다가도 또다시 다가갔다. 내가 표출하지 못했던 감정을 친구의 감정을 통해 만족하고자 한 건 아닐까.
나는 나의 의견에는 솔직했지만 감정엔 솔직하지 못했다. 그 친구들은 나를 어떻게 참아 온 것일까. 내가 무심하여 뱉어낸 말이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나의 고민을 털어놓기에 나는 성숙하지 못했다. 어떻게 그들은 먼저 성숙해진 걸까.
나는 참는 법만 배운 탓에 지금에서야 깨달은 이 감정들을 보듬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다시 참는 법을 배워야 한다. 널뛰는 감정들을 적확하게 느끼는 동시에 나의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나의 생각이, 감정이, 나의 세계가 바뀐다 해도 우리의 세계는 변함없이 계속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