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메세타-다!.
어제 레온에서 기차를 타고 사하군으로 돌아왔다.
내가 푹 빠져버린 메세타다. 어떤 친구들은 뭣하러 다시 돌아가냐고 그랬다. 또 어떤 사람들은 와, 대단하다!, 그러기도 했다.
내가 메세타-고원에 다시 발을 디뎠을 때, ‘돌아오기를 잘했다 ‘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날씨는 여전히 쌀쌀했다.
비와 태풍이 한바탕 후려친 대지는 평안했다. 말끔히 단장을 한 듯 예뻤다. 평원에서는 한없이 깊고,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마치, 돌아온 나를 반기는 듯했다. 대지와 자연도 안다. 그들을 향해 품은 사랑의 감정을.
가을 하늘은 높고, 청명했다. 그위로 햇살이 내리쬤다. 내가 메세타 평원을 사모하듯, 메세타가 나의 마음을 아는듯해서 발걸음은 경쾌했다. 느긋한 마음으로 풀잎도 보고,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들의 소리도 듣고, 하늘도 보며 천천히 걸었다.
오늘 길도 긴 여정이 아니다. 순례길을 급하게 걸을 이유가 뭐람?. 없다. 매일의 삶에서 쫓기듯 헉헉거리며 살아온 도시의 삶이다. 그것들을 좀 내려놓고 싶어서, 나를 다독거리고 싶어서 찾아온 순례길이다.
순례길이야 말로 마음의 평정을 찾고, 걸으며 자연을 느끼며 생기를 얻는 것 아닌가. 굳이 경주하듯 빨리, 급하게 서둘러서 갈 필요가 없다.
순례길을 제대로 즐기려면, 시간에 공을 좀 들여야 한다. 그러니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 있게 순례길을 걷는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은 순례길을 한 달에서 한 달 이상의 기간 동안 걸어서 완주한다. 또는 여러 번에 걸쳐서 순례길을 걸으며 완주하기도 한다.
유럽에서 오는 많은 사람들은 여러 번에 걸쳐서 순례길을 걷고 있었다. 지역적으로도 가까워 출. 입이 쉬운 점도 이유다. 대개 휴가를 받아 일주일에서 이주정도 걷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식으로 매년 산티아고 순례길로 돌아와서 걷고, 마침내 완주한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꽤 여유가 있어 보였다. 순례길을 최대한 즐기고 있었다. '길'에 심취하며 여행하는 재미를 적극적으로 누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순례길은 완주가 아니었다. 걷는 과정이다. 순례길 위에서 자연과 더불어 마음을 수양한다.
미국에서 오신 한 여성 분도 벌써 순례길이 네 번째라고 했다. 나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와~ 이 분도 순례길 매력에 빠진 분이구만~하면서 난 그녀 앞에 한동안 바짝 붙어 앉았다.
그녀는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았는데, 다리가 좀 시원챦다고 했다. 그래서 나처럼 조금씩 걷는단다. 은퇴까지는 건강을 장담할 수 없어 진작부터 순례길 걷기에 나섰다고 한다.
해마다 휴가를 받아 조금씩 순례길을 걷는다. '그녀는 아직까지 '워낑중'.이다. 해마다 걷는 순례길이지만 "다른 정서'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 말에 많은 공감을 한다. 나도 2019 년도에 이 주간 휴가를 내어서 걸었다. 그 후 팬데믹이 지나고 다시 2024년 가을에 순례길을 찾았다. 그때 나도 은퇴까지 '순례길 걷기'를 미룰 수 없었다.
‘지금 그 무엇인가를 간절히 하고 싶을 때' 바로, 그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순례길 걷기를 시작했다.
단, 한 번에 완주가 아니다. 좀 느리게, 여유를 가지고 순례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금, 그 재미란 솔솔 하기만 하다.
그런 생각으로 다시 길 걷기를 시작한 메세타다. 이런저런 모습에 젖다 보니 어느새 알베르게 도착했다. 이곳은 공립알베르게(Domenico Laffi Philgrims hostel)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코지한 난로가 있어 불을 쬘 수 있어 무엇보다 좋았다.
이곳에서는 두 명의 미국인 할머니가 환영을 해주었다. 언뜻 보기에, 마치 자매처럼 닮은 듯했는데 알고 보니 자원봉사자란다.
두 분은 순례길을 걷기 위해 스페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만났다. 순례길을 걷는 중간에 ‘알베르게 봉사’에 의기투합했다. 한 달간 알베르게에 머물면서 청소와 체크인 안내를 하는 등, 알베르게를 관리하는 일을 한다.
일흔이 훨씬 넘은 연세인데 두 분은 활기차고,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야망이 대단했다. 한 분은 여기에서 봉사 활동이 끝나면 곧 영국으로 가신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 봉사 활동을 할 예정이란다.
나이가 들어가니.. 유난히 이런 분들이 눈에 띈다.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마치 , 나의 롤모델 같다.
‘꿈이 있는 여자는 늙지 않는다'는 말은 두 분의 할머니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젊음의 패기와 꿈이 도사리고 있었다.
쉬어가며 세상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꿈을 나누는 할머니들.. 또한 그렇게 여행하는 재미에 빠진 분들이다.
쉬어가며 , 순례길 봉사 그것도 좋지 않겠는가? 아님.. 그 할머니처럼 여러 나라를 다니며 봉사활동 같은 거 찾아봐야 되나.? 여전히 꿈을 찾아가듯. 순례길을 느리게 걷는 재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순례길에 관한 글은 2019년도에 이미 발행한 순례길에 이어지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