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al Day 보내기
뉴스를 들으니, 올해 메모리얼 데이 연휴 때는 도로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작년에 비해 10만 명이나 늘어났다고 한다.
연휴기간 동안 개스가격이 대폭 내려간 이유도 한몫을 한다고 했다. 최근, 4년 동안 메모리얼 데이 연휴 때의 개스가격 중 가장 저렴한 가격대라고 한다. 그러니 '와이 낫?' 하며 보따리를 싸고 떠났을 거다.
주말부터 공휴일인 월요일까지면 3일 정도다. 이때, 대개 사람들은 2-5시간 걸리는 거리의 여행을 주로 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만한 거리 내에 있는 가 볼만한 곳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는 뜻이다.
나는 이런 짧은 연휴 때는 집콕을 한다. 주말을 낀 3일 정도의 짧은 여행은 하지 않는 편이다. 오래전에 멋모르고, 젊은 기운으로 나섰다가 "아.. 이건 여행이 아냐~'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이런 여행은 '갔소? 왔어?'처럼 오히려 더 피곤하기만 하다.
교통체증과 사람들로 붐비는 번잡함도 싫다. 게다가 이상하게.. 무슨 할러데이 때면 여기저기서 각종교통사고와, 끔찍한 총기 사건등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러니 사람들 사이에서 '아예 안 나서는 것이 좋다'라는 말도 생겨났을 정도다. 뭐, 이런 사고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냥 쉬는 방법을 다르게 하는 편이 좋아졌다.
'특별한 재미'를 즐기는 대신 집콕을 하며 '평화로운 재미'를 즐긴다. 평화로운 재미란, 조용한 도시의 분위기다. 이런 날의 도시는 마치, 내 세상 같다.
사람들이 왕창 빠져나간 하이웨이와 도로는 한산하다. 레스토랑도 붐비지 않는다. 음식 맛도 훌륭하다. 다른 여느 주말에 비해, 웨이터들의 미소도 한결 여유 있다. 서비스도 좋다. 백화점은 대세일을 한다. 특이한 건, 대세일임에도 백화점에는 어느 때보다 고객이 없다. 샤핑하기엔 최고의 찬스다.
샤핑몰을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고, 카페에 들러 커피를 최대한 음미하며 홀짝거린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죽치고 앉아 있는다. 할 일 없는 사람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도 재미있다.
이 때 (메모리얼 데이)를 겨냥하고 나온 영화, '미션 임파서블' 트레일러도 잠시 확인한다. 볼까, 말까 고민도 한다. 그러다가 Abt(대형 전자제품 가게)에 들렀다.
그저께, 뉴스에서 공개한 '메모리얼 데이에 사야 할 샤핑리스트'가 생각났다. (참고로, 이 기간에 많은 제품들이 세일을 한다). 매트리스, 가구, 냉장고등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품목들이란다.
마침, 집의 냉장고가 중고품이라 새로 사야 하나?라는 마음으로 들렀다. 세상에~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와~뉴스가 진실을 말한 거네~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백화점에도 없던 사람들이 모두 그곳에 있었다. 세일즈맨들과 가격을 흥정하고,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로 시끌벅적~ 북새통이었다. 메모리얼 휴일에는 샤핑보다는 집안에 필요한 물품을 사들이는 날이 맞긴 맞는구나 싶었다.
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은 '가든 마켓'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때인만큼, 메모리얼 데이에는 모두들 정원 가꾸기에 진심이다. 집집마다 현관에는 경쟁하듯 예쁜 꽃들로 꾸며진다.. 나도 꽃을 사들인다. '음.. 이번에는 현관 앞에 무슨 꽃단지를 놓을까?..'하고 고민을 하면서 들뜬다.
가든마켓에서 산책을 하듯, 시간을 들여 꽃 사냥(?)을 한다. 온갖 종류의 식물과 꽃, 나무들을 보면 그냥 힐링이 된다.
오후면, 집에서 바비큐를 먹으며, 가족들과 여유 있는 저녁을 보낸다. 뉴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한다고 떠들어대었지만, 우리 동네 사람들은 거의 집콕이다. 아래층 젊은 커플도 집콕이고, 옆집 데이비드 부부도, 건너편 집의 제니스 아줌마도 그렇다.
괜히, 동지가 많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들도 '평화로운 재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맞다.
한산한 거리 즐기기, 샤핑하기, 가든 꾸미기, 바비큐 파티등으로 메모리얼 데이 보내기 행사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노는 것이 재미있다. 평범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