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희망하는 남성상이 생겼다. 유튜브 안 보는 남자다.
대번에 누군가는, '아! 그거 힘들어요~, 안됩니다! '할지 모른다.
내가 요즘 들어 이런 색다른(?) 바람을 가지게 된 것에 이유가 있다. 유튜브에 눈을 뜨고, 유튜브에 눈을 감는 그 남자(남편) 이야기다.
그는 소위, 유튜브 맨이다. 유튜브시청이 놀이가 된 남자다. 고작, 한 시간 고상한 취미활동(기타 플레잉)을 빼곤 그의 모든 시간은 오로지 유튜브 시청이다.
유튜브가 기고만장하게 세상을 떠들썩거리며 온갖 정보들로 밀려들 때쯤이었다. 그는 아예, 책을 읽지 않았다. 그러니까, 책 그만 바이~, 웰컴! 유튜브였다. 책 말고 엄청나게 재미있는 '볼거리'가 생긴 것이다.
어쩌면.. 오십넘은 평범한 남자에게 '뭐, 그렇게 기대를 많이~해요~'라고 누군가는 슬쩍, 인상을 쓸지도 모른다. 유튜브 맨을 조금 이해하자면 이렇다.
온종일 힘든 일과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만사 제쳐놓고 싶다. 그저, 눈을 즐겁게 해 줄 편안한 놀이를 찾는 건 맞는지도 모른다. 하루 종일 힘들었으니 '자~ 뭐 좀 기분전환할 거 없나?' 하며 위안거리를 찾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그러니 나의 바람이 먼저 시들어버리기가 더 쉬울 것 같다.
가끔은, 세상 돌아가는 일은 모두 유튜브에서~하며 은근 유튜브맨임을 과시한다. 유튜브에서 본 소식들을 나에게 의미심장하게 알려 줄 때가 있다.
'있잖아.. 세상에 별 희한한 게 있어~" 하며 유튜브에서 소위, 뜨고 있는 일들을 큰 뉴스거리처럼 알려준다.
더구나 유튜브의 온갖 잡다한 정보가 모두 '진실'처럼 믿는다. 유튜브가 모든 것을 진단합니다!라는 선전에 더 이상의 의구심도 품지 않는 듯하다.
주위에는 이런 사람들(유튜브 맨)이 의외로 많다. 어느 날, 응급실에 갈 일이 있었다. 어떤 아씨가 몸에 반점이 생겨 급히 병원 응급실로 달려왔다. 들어서자마자 울고, 불며 난리가 났다. 대번에 ‘나! 에이즈 걸린 거 같아!'라고 버럭 소리치며 간호사들에게 매달렸다.
검사가 끝난 후, 간호사들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그냥, 피부질환이었다. 아씨말로는 특이한 반점이 생겨 유튜브를 검색해 보니 반점 증상이랑 에이즈 증세가 똑같았다고 한다. 간호사는 '아이고~아씨, 유튜브!, 너무 많이 보지 말아요! 맹신도 하지도 말아요!라고 충고했다.
이렇게 구시렁거리는 나는 당연,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 내가 보는 건, 필요한 여행 정보나, 컴퓨터 스킬, 카메라에 필요한 영상을 보는 정도다. 딱, 필요한 것만 그때마다 찾아보는 편이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정보에 밀려 머리가 더 복잡해지는 것 같아서다. 난 심플한 라이프 스타일이 좋다. 시간도 빼앗기고 싶지 않다.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조금 흥미를 두었던 인스타그램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내가 구독하는 사람들도 두, 세명정도다.
매일마다 올라오는 영상을 보지 않는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수께끼처럼 재미에 끌려 많은 시간을 들이게 한다. 대신, 주말에 들여다보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다. 한 번에 몰아서 보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내가 이렇게 산다고 무슨 고시를 치를 일도 없는 남자에게 '제발~유튜브 그만 봐"라고 소리 지를 수 없다. 그것도 일종의 그의 놀이다.
뭐 어쩌겠는가. 따지고 보면 그의 재미난 놀이를 그만두게 할 권한 같은 건 없다. 그의 자유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것이(그 남자가 유튜브를 틈만 나면 보는 것) 눈에 거슬린다.
그러면, 유튜브 들여다보는 거 말고 뭐를 바래? 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 이렇게 잔소리를 막 해대고 싶다.
"책 좀 읽는 거 어때? "다.
책 읽는 남자는 왠지, 피아노를 치는 남자처럼 좀 운치가 있지 않을까 말이다.
글쎄.. 오십이 넘은 남자가 재미난 놀이대신, 창가에 앉아 그럴싸~한 표정을 짓고, 책에 몰두하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아무래도.. 그 남자(남편)가 운치 있는 남자로 돌변하기는 좀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