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몹쓸 짓
에스더 집은 남동생과 함께 있어서 좋았지만, 나쁜 기억이 있는 곳이라서 기억하기 싫은 곳이다.
보육원의 집들은 대부분 남자 집과 여자 집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에스더 집은 섞여있었다. 남자 방, 여자 방으로 나뉘기는 했지만 그저 바로 옆방이었고 넘나들기는 너무 쉬웠다.
초등 저학년이었던 유신, 보미, 유영, 아림은 한 살 차이씩 나던 꼬마들이었고, 자주 싸우기는 했지만 그보다 잘 놀았고 이야기도 많이 했다.
언제부터가 시작이었을까?
어릴 때부터 부지런히 성추행을 당했다.
보미가 예쁘장해서였는지 가장 많은 학대가 있었다. 한두 명이면 끝날 일을 많을 땐 서너 명이었으니 말이다. 에스더집뿐 아니라 고아원의 다른 집 오빠들도 보미를 데려갔다.
에스더 집에서 가장 사고뭉치였던 오빠 말고는 모두 보미를 추행했다. 어려서 성기 삽입은 되지 않았지만 손가락을 집어넣기도 하고 만지며 사정할 때까지 성추행을 계속했다.
본인들은 서로 말하지 않아서 몰랐겠지만 한 명이 끝나고 다른 오빠가 데려갈 때면 TV에서 처럼 '혀를 깨물면 죽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그 순간을 버텼다. 흔히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오는 자살 방법을 따라 하려고 했다.
나무로 된 붙박이장 안에서,
책상 아래에서,
교회 커튼 뒤에서,
집 화장실,
공중화장실 등등...
장소 불문하고 소리 지를까 입을 막은 채 많은 성추행을 당했다.
아무리 자는 척을 해도 가벼운 보미를 들고 옮겨갔고, 손을 끌고 데려갔다. 눈만 감고 있다고 안 자는 줄은 모르지 않을 텐데 자는 척을 하면 자는 줄 알 거라 생각했다. 매일 온몸에 바짝 힘을 주고 끌려가지 않으려 버텼다. 하지만 고등학생 오빠들을 이겨내고 반항할 수는 없었다.
어린 우리들은 한 이불에서 잤는데 밤에 들어와서 추행하니 옆에서 깰 수밖에 없었다. 옆 사람에게 하면 그저 '오늘은 내가 아니구나' 안도하는 수밖엔 없었다.
우리는 분명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성추행을 당한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나중에 고등학생 언니를 술 마신 고등학생 오빠가 성폭행하려던 일이 크게 이슈가 되면서 그 소굴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은 했지만 짐승들에게 벌을 줄 수는 없었다. 그저 남자 집과 여자 집으로 나뉘었을 뿐.
그렇게 어린 보미를...
꽃 같을 어린아이를...
어떻게 그렇게 학대할 수 있었을까...
어릴 적엔 내 몸 소중한 줄 모르고, 불법인 줄도 모르고 보도방(성매매) 하면 돈도 많이 번다니까 '그거나 해야지?'라는 생각도 했었다. 이 행위가 그렇게 아무렇게나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끔 끔찍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그때마다 그 오빠들은 평생 불행하면 좋겠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같이 살았던 사람 중 멀쩡하게 자란 사람은 보미 혼자뿐이다. 한 명은 고등학교 때 임신하고 자퇴 후 보육원 퇴소까지 했고, 한 명은 성매매 업소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고등학교 때 별이 되었다.
정말 이런저런 사고는 쳐도 착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는데... 똑바로 정신 안 차려서 나쁜 길로 빠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멀쩡히 살아가고 있는 보미는,
스스로도 잘 컸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