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과 체계가 없는 감옥
회사원 박진권, 참고 자료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머릿속
내 사수는 단 일주일 만에 그만두었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인수인계는 단 7일뿐이었다. 그 사수는 3년 차에 편집장이라는 직책을 맡았다. 최대한 속성으로 많은 것을 알려주었지만, 내 머릿속에 들어온 것은 1할 정도였다. 그렇게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물론, 또 한 명의 사수가 있긴 했다. 그러나 그는 재택근무였고, 누군가를 가르쳐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저는 너무 당연해서, 무엇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세요. 저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 달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선임이 한 이야기다. 당황스러웠다. 모르는 게 무엇인지도 가늠할 수 없는 한 달 미만의 신입사원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란다. 다짜고짜 물어본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어쨌든 이것저것 시도해 보라는 소리와 함께 그는 다시 자취를 감추었다. 이후 나는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그러나 어떤 조언도 없이 묵살되었고, 디자이너에게 당당하게 요구하라고 했던 선임은 말이 바뀌었다.
“디자이너님, 아직 신입 에디터라 잘 모릅니다. 너무 무리한 요구면 그냥 넘겨주세요.” 정신이 멍해졌다. 기획하고 요구한 모든 것이 반영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자기의 잘못에는 관대하다. 재택 사수는 그 정도가 조금 더 심했다. 예를 들면 기사의 분류를 선택하지 않아 기본 분류로 기사를 올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또한, 앱북을 쓰는 탓인지, 기사의 글자 띄어쓰기 간격이 과하게 벌어져 있는 현상이 종종 보였다. 더욱이 퇴근 중인 내게 전화까지 해서 뭐라고 하는 실수를 본인도 저질렀다. 나는 그것을 말없이 수정했다. 그 밖에도 다른 국장들의 냄새나는 뒤처리는 항상 내 담당이었다. 물론, 그것에 대한 칭찬이나 고마움의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사장은 매일 카톡으로 어떤 기사를 올리라고 요청했다. 그 기사는 다른 언론사의 단독 보도 자료였고, 그것은 리라이팅(Rewriting)도 불가능하다. 결국 조사와 형용사만 바꾸고, 글의 배열을 고친 뒤, 개인적인 조사 자료를 조금 더 넣은 수준으로 남의 기사를 도용하라는 것이다. 애초에 직접 취재를 해서 단독으로 보도한 자료를 그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도둑질과 다름없다. 그게 기자들의 생리든, 아니든 나는 싫다. “일이 맞지 않으면 빨리 말씀하세요. 피차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언젠가 사수가 내게 한 말이다. 어쩌면 이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런 쓰레기 같은 짓을 하기 위해 '글 쓰는'일을 선택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