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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권 Nov 24. 2024

잡지사 일대기: 밀린 월급과 해고 통보

잡지사 산책

밀린 월급과

해고 통보     


퇴근하고 있는 동안에 국장에게 전화가 왔다.

“사장님이 할 말이 있다는데, 빨리 다시 와요.”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다시금 회사로 돌아갔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오늘까지만 일했으면 좋겠다.”     


회사원 박진권, 참고 자료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머릿속     




잡지사 산책

평소와 똑같이 일하고 있던 어느 날 상무라는 작자가 국장에게 이런 말을 했다. “계좌가 압류당해서 월급을 조금 늦게 줄 것 같은데.” 상무는 그렇게 된 연유에 대해 말을 길게 늘어놓았다. 평소에도 구심점 없이 횡설수설하던 상무는 더욱 심하게 헛소리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월급이 밀릴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무는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월급을 밀리는 것에 대한 어떤 미안함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정확하게 언제 줄 수 있는지도 말하지 않았다. 화룡점정으로 나에게는 딱 한 마디만 뱉어냈다. “박 기자, 들었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되었다.     


대망의 월급날, 들어와야 할 급여는 자취를 감추고 사장은 내게 해고를 통보했다. 심지어 퇴근한 사람을 다시 오라고 한 뒤에 한 말이었다. 더 가관인 것은, 오늘까지만 하고 그만두라는 사장의 말이었다. 평소 크게 당화하지 않는 성격인데도 불구하고, 넋이 나가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일단은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옆에서 상무가 인심을 쓰듯이 “네가 당장 회사를 구할 수는 없으니, 15일까지 말미를 줄게. 그렇게 알고 15일까지만 일하고 나가. 대신 일은 똑바로 해야 하는 거야.” 머리가 지끈거렸다.     


퇴근 후 나는 이것저것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부당한 해고 사례, 해고예고 수당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알아봤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해고예고 수당과 더불어 실업급여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집에 도착한 나는 바로 상무에게 다시금 전화를 걸었다.      


“어, 박 기자.”     


“아, 예. 제가 아까 정신이 없어서 이해를 잘 못해서요. 저 오늘까지만 나오라는 건가요?”     

“15일까지 하라고.”     


“아, 15일까지요? 아, 저는 오늘까지만 근무하라고 하는 걸로 들었습니다. 그래서 연락드렸습니다.”     


“아니, 내가 그랬잖니. 너를 갑자기 무슨, 여기 아무리 회사가 어렵다고 해도 너 오늘 그만둬라 딱 이렇게는 못 하잖아. 그래서 사장님을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내가 얘기했잖니. 너에게 보름 동안은 여유를 줘서, 지금 네가 당장 오늘 네가 그만두라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야. 15일까지는, 우리가 15일 치 봉급을 더 주는 한이 있더라도 네가 여기 있으면서 다른데 확인해서 보름 동안은 시간을 주겠다. 이거야.”     


이렇게 통화를 마치고, 나는 카톡을 보냈다.     


‘상무님,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당일에 이렇게 해고 통보는 좀 너무 갑작스러워서요. 월급을 줄여서 재택으로라도 계속 일을 할 수 없을까요? 경력도 애매해서 이직 하기 너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도 네가 그냥 한다고 맞지 않아. 있겠다고 해도 어려운 상태고. 넌 니하는 일로는 우리하고는 맞지 않으니 이렇게 처리하는 거다. 이해하기 바란다.’     


‘해고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렇게 우리는 이야기를 마쳤고, 월급은 아직도 입금되지 않았다.     


잡지사 일대기라는 글을 쓰며 5개월 만에 해고당할 줄은 몰랐다. 이 회사에서 오래오래 일할 생각은 없었지만, 빨라도 너무 빠르다. 이직할 때 5개월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지만, 보통 5개월 경력직은 없는 개념이다. 1년 경력도 중고 신입으로 입사하는 판국에, 사람은 많고 회사는 부족한 출판 시장에서 5개월 경력직은 가당치도 않다. 20만 자를 목표로 한 잡지사 일대기가 현재 7,500자에 막을 내릴 판이다. 앞으로 더 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발표도 못 하고, 평생 내 노트북에만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나, 계속 시도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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