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저니맨, 한국 땅에 자리잡다
에릭 요키시는 키움 히어로즈의 고척 스카이돔 시대를 대표하는 외국인 좌완 에이스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던 제구력과 변화구, 경기 운영 능력을 앞세워 KBO리그를 지배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태어난 요키시는 2010년 고향 팀 시카고 컵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직후 5년간 마이너리그에서 담금질을 거쳤던 요키시는 2014년에 드디어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어린 시절 컵스의 경기를 구경했을 리글리 필드에서 4.1이닝 4탈삼진 1실점의 완벽한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평균 89.3마일(143.7㎞)의 느린 공을 던지는 만 24세 좌완을 전력 외로 분류했다. 요키시는 4경기에 출전했던 2014년을 마지막으로 빅리그로 올라가지 못했다. 2018년까지 5개 구단의 마이너 팀에서 뛰며 저니맨 생활을 했다. 그러다 20대의 마지막 생일을 앞두고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구속'이라는 핸디캡을 덜어놓은 요키시는 자신의 강점을 십분 발휘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의 타자들을 이겨냈던 요키시의 투심은 KBO리그에서 당당히 구종 가치 1위를 기록했다(18.6). 위력적인 공을 던질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뽐내며 데뷔 시즌부터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로 나섰다.
요키시는 KBO리그에서 활약한 5년 동안 다승(56승)·이닝(773.1IP)·sWAR(25.46) 전체 2위를 기록했다. 데뷔 2년차였던 2020년에는 평균자책점 1위 타이틀을 따냈으며(ERA 2.12), 2021년에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올렸다(16승). 2022년 겨울에는 키움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그를 외면했던 MLB의 러브콜을 받았다.
2023년, 시즌 중 내전근 부상을 당한 요키시는 키움과의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 요키시가 5년간 팀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알았던 키움은, 홈구장 고척돔에서 그를 위한 환송 행사를 열었다. 6월 24일, 유니폼이 아닌 사복 차림으로 고척돔 잔디를 밟은 요키시는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키움에서의 커리어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