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최초의 독립리거
안태영은 키움 히어로즈가 창단 이래 최초로 영입한 독립리거다. 그는 1군 데뷔전에서 자신을 방출했던 팀의 에이스로부터 장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안태영의 프로 데뷔 마수걸이 홈런은 독립 야구단 출신 야구선수가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기록한 홈런이었다.
■ 2년 만의 방출, 6년의 공백 그리고 다시 집어 든 방망이
고등학생 시절 우완 강속구 투수였던 안태영은 2004년 신인 드래프트 2차 7라운드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으로 인해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프로 데뷔 2년차에 타자로 전향했지만, 2005년 시즌 후 방출 통보를 받았다. 현역으로 군 문제를 해결한 안태영은 전역 후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1년까지 야구와 관련 없는 삶을 살았다.
2011년 9월 15일,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창단했다. 당시 사회인 야구 코치로 일하던 안태영은 곧장 트라이아웃 현장으로 달려갔다. 6년의 공백은 컸다. 안태영은 트라이아웃이 실시된 사흘 동안 5타수 1안타에 그쳤다. 안태영 본인도 탈락을 직감했다. 예상과 달리 합격 통보를 받았다. 안태영은 키움 입단 직후 인터뷰에서 "아마 제가 안타를 치는 모습을 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6년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오자마자 '야신' 김성근 감독의 지옥 훈련을 소화했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자신이 어깨 인대를 다칠 때까지 선수들에게 펑고타구를 날렸다. 안태영은 원더스 소속으로 첫 공식 경기를 소화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전지훈련) 한 달이 지나자 손바닥 피투성이 됐다. 두 달째가 되자 굳은살이 박히기 시작했다"라면서도 "정말 훈련량이 많았지만 즐기면서 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 10년 만의 1군 데뷔, 커리어 첫 홈런, KBO리그 역사상 첫 독립리거의 홈런
피와 땀은 안태영을 배신하지 않았다. 2012년 3월 8일, 원더스는 LG 트윈스 2군을 상대로 창단 첫 국내 팀 상대 경기를 치렀다. 이날 경기에서 4번 타자 외야수로 선발 출전한 안태영은 결승 3점 홈런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후로도 꾸준히 4번 타자로 나선 안태영은, 2012년 원더스 소속으로 소화한 퓨처스리그 교류전 41경기서 3할 3푼 3리의 타율과 5홈런 28타점을 기록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키움에 입단하는 영광을 누렸다.
2013년 7월 27일, 안태영은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날, 8년 전 자신을 방출했던 '친정 팀'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가 열린 장소도 삼성의 홈 경기장인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이었다. 이날 안태영은 삼성의 에이스 릭 밴덴헐크를 상대로 역전 장외홈런을 쏘아 올렸다. 자신의 커리어 첫 홈런, 첫 타점. 그리고 한국 야구 역사상 첫 '독립리거의 홈런'이었다.
이날 지인과의 저녁 약속이 있었던 김성근 감독은 식사 내내 프로야구 경기 중계방송에 집중했다. 포커페이스로 유명한 그는 안태영이 홈런을 쳐내는 순간,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안태영의 고교 동기도 일제히 그를 축하했다. SK 와이번스의 선발 에이스 윤희상은 '축하한다. 이제 돈 많이 벌자'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안태영의 첫 타석 때 그의 뜬공 타구를 놓쳤던 박석민은 이튿날 경기 전 안태영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 영광의 시대를 향한 주춧돌이 되다
2013년, 안태영은 1군 12경기 37타석에서 3할 5푼 3리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84경기 동안 14개의 홈런 아치를 그리며 남부리그 홈런왕 타이틀을 따냈다. 같은 해 11월 4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안태영의 프로 데뷔 후 첫 타이틀 시상식이 열렸다. 하지만 안태영은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적힌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에 참가했기 때문이었다.
안태영이 퓨처스 수상식 대신 마무리 훈련에 참석한 것은 "내년에 더 잘해서 1군 상을 꼭 받고 싶다"라는 욕심 때문이었다. 전지훈련장에 궂은 비가 내렸던 마지막 날까지 훈련에 매진한 안태영은, 갓 프로야구 선수가 된 고등학생 룸메이트에게 야구의 소중함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내가 야구를 하지 못해 쉬는 동안 느꼈던 것을 말하며 더 열심히 하라고 응원한다. 보니까 잘할 것 같다."
당시 안태영의 룸메이트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에서 키움의 지명을 받은 야탑고등학교 출신 내야수, 김하성이었다.
윤은용, "고양 윈더스서 넥센 입단한 안태영 “포기한 순간 합격통지서···”", 스포츠경향, 2012, 08.28.
고유라, "[고유라의 도란도란] 안태영을 '원더 영웅'으로 만든 세 번의 기적", OSEN, 2012, 09.29.
하남직, "김성근 감독 “안태영 홈런, 눈물이 나왔다”", 일간스포츠, 2013, 07.28.
이용균, "고양 원더스, 손바닥 굳은살로 느낀 ‘이기는 야구 재미’", 경향신문, 2012, 03.08.
김양희, "야신의 남자들, 첫 프로팀전 첫승 ‘훌쩍 컸네’", 한겨레, 2012, 03.08.
박세운, "고양 원더스 안태영, 넥센 입단…프로진출 4번째", 노컷뉴스, 2012, 08.24.
류한준, "넥센 깜짝스타 안태영 "보고싶다, 친구야"", 조이뉴스24, 2012, 07.31.
고유라, "'시상식 놓친' 안태영, "내년엔 꼭 1군에서 상을"", OSEN, 2013,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