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2군 불펜, 2차 드래프트의 신데렐라로 거듭나다
양현은 키움 히어로즈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성적을 거둔 2차 드래프트 지명자다. 양현은 데뷔 직후 5년간 1군 16경기 출장에 그쳤다. 하지만 키움에서는 불펜진의 핵으로 떠오르며 팀 내 투수 중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다.
버건디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만 해도 철저한 무명이었다. 고교 시절의 양현은 준수한 제구력과 변화구로 팀의 마운드를 이끌었다. 그러나 대전고등학교 야구부가 약체팀이었던 탓에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거의 마지막 순번이 돼서야 지명받았다. 양현은 2011년 KBO 신인 드래프트 전체 지명자 78명 중 73순위로 두산 베어스의 호명을 받았다.
느린 구속 탓에 전력 외 취급을 받았다. 양현은 데뷔 시즌부터 2군 26경기에서 2승 2홀드 평균자책점 3.54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시즌 후반에는 1군에 콜업돼서 3경기 동안 5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단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3년차 시즌이 끝난 뒤에는 육성선수로 강등 당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양현은 두산에서 5년간 16경기 15.1이닝 1패, 평균자책점 5.28의 성적에 그쳤다.
군 입대를 앞두고 유니폼을 갈아입게 만든 2차 드래프트가 양현의 운명을 바꿨다. 당시 키움 관계자는 양현을 지명한 이유에 대해 "형 양훈과 좋은 시너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의 예상은 절반만 맞았다. 양훈은 2017시즌 후 팀에서 방출됐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 때문이었다. 한편 양현은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동안 형과 함께 경기에 나서는 미래를 꿈꾸며 구속을 늘렸다. 전역하자마자 팀의 주전 중간 계투로 급부상했다.
양현은 전역 후 첫 시즌이었던 2018년부터 키움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3년까지, 6년간 1군 244경기에 출전했다. 같은 기간 팀 내 투수 중 최다 출장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포스트시즌이 되면 조커 카드로써 중용 받았다. 에이스 안우진 다음으로 많은 경기(17G)에 나서며 2.13의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16 KBO 리그 2차 드래프트 지명자 중 가장 높은 s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를 기록했다.
양현은 2023시즌 종료 후 개최된 2024 KBO 리그 2차 드래프트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2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6년간 4억 8천500만 원의 연봉만을 받으며 궂은일을 도맡아 했던 신데렐라는, 마지막으로 키움에 지명 양도금 2억 원까지 안겨준 뒤 고척 스카이돔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