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순간에는 항상 사이드암 에이스가 등장했다.
신재영은 KBO리그 최고의 제구력을 앞세워 130㎞대 패스트볼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강준은 국내 사이드암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며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 두 명 모두 키움 히어로즈가 위기에 처하자 등장한 사이드암 에이스다.
신재영은 2016년 KBO리그 신인왕 타이틀을 수상했다. 1군 30경기서 168.2이닝을 던지며 15승, 평균자책점 3.90의 성적을 올린 결과였다. 134.5㎞의 평균 구속은 사이드암 투수임을 감안해도 느린 편이었다. 하지만 역대 키움 투수 중 가장 낮은 BB/9(9이닝당 볼넷, 1.12개)을 기록했을 정도로 제구력이 좋았다. 데뷔전부터 네 번째 등판까지 단 하나의 볼넷도 내주지 않으며, 데뷔 후 최다 이닝 무볼넷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30.2IP).
신재영은 2015년까지 1군 경험이 전무했다. 대학과 군 복무의 터널을 거쳐, 27세가 돼서야 1군 마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창단 이래 단 한 명의 선발 투수도 키우지 못했던 키움의 투수진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키움은 신재영을 시작으로 무수히 많은 에이스를 육성했다. 2017년에는 최원태가, 2018년에는 한현희가, 2022년에는 안우진이, 2024년에는 하영민이 등장했다. 마치 신재영이 마운드 위에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이강준은 2025년 2군 44경기에서 3승 8홀드 11세이브 평균자책점 0.76의 특급 성적을 거뒀다. 전반기 종료 후 개최된 KBO 퓨처스 올스타전에서는 최고 158㎞의 강속구를 던지며 야구 팬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2025시즌이 끝난 뒤에는 2025 WBSC 프리미어 12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에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느라 1군 등판이 없었음에도 이뤄낸 성과였다.
이강준은 2022년 군 입대 이전까지 1군에서 32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23.2이닝 동안 29개의 안타와 43개의 사사구를 내줬다. 2군에서도 9이닝당 6개 이상의 사사구를 내줬을 정도로 제구 문제가 심했다. 그런데 전역을 앞둔 지난 시즌, 이강준의 9이닝당 사사구 비율이 2.7개로 감소했다. 군 입대 전 150㎞ 초반대였던 구속도 10㎞ 가까이 늘었다. 마치 누군가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말이다.
지난해 키움의 중간 계투진 팀 평균자책점은 6.02였다. 리그 최하위 성적임은 물론, 10개 구단 중 유일한 6점대 평균자책점이었다. 키움은 2025시즌을 앞두고 이렇다 할 계투진 보강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강준이 고척돔 마운드를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