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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녀와 춤을 Jul 07. 2021

엄마! 나 남자 친구와 헤어졌어

3시간 동안 위로하며 연애 소설을 쓰다



엄마. 나 남자 친구와 헤어졌어



전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너의 떨림.


넌 잊었을지 모르지만 

난 지금도 전화 목소리의 너를 

그대로 마주 앉아 이렇게 글을 쓴다.



그 친구가 누구이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내 딸이 이런 목소리면 

어떤 표정이고 어떤 마음인지를 

나 말고 누가 재현할 수 있을까.



자신의 침대에 머리를 박고

세상의 모든 위로를 기대하며

내게 전화했으리라(아마도).



어구 내 딸.

그 쉑x가 우리 딸을 찼다고?

미친 x. 진짜 사람 볼 줄 모르는 구만.

울 딸이 아까워 걔 엄마도 은근히 싫었는데..

니가 미리 찼어야 하는데..좀 아쉽지만..

그놈 머지않아 후회하게 될걸.



아유 우리 딸 그간 얼마나 마음 아팠어.

너 그때 걔한테 준다고 엄청 편지도 

정성스럽게 쓰는 거 엄마가 봤는데.

사람을 못알아 보는 인간이구만.



엄마도 눈물 난다 야.

우리 딸이 받은 상처는 

엄마도 똑같이 아파..

전화하다 보니 

엄마 20살 때 생각난다 딸아.




엄만 어땠는데...




펑펑 울던 딸이 순간 내게 묻는다.

(지금이 기회다.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

그때도 나처럼 슬펐어 엄마?




당연하지. 너는 그래도 잘 견디네.

엄만 오죽하면 

내가 캭 죽어버려서 

그 애가 평생 나를 기억하며

죄지은 마음으로 살도록 

해주고 싶기까지 했잖아. 




머 그런 애들이 평생 살면서 

너나 나처럼

괜찮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다 끼리끼리 사는 거야. 

나중에 봐라. 

걔 엄청 이상한 애랑 살게 될걸?




근데 딸아.


엄마가 첫사랑 실패하고 

며칠 속상하고 죽을 것 같이 있어보니

왜 그렇게 세상의 노래 가사가 다가오는지.

정말 그때 엄청 이별노래 많이 들었잖아.



그 그. 그 가수 있지? 

맞다. 015B.

머더라. 노래 제목이... 

이젠 안녕! 맞아 그거야.

엄마 그거 엄청 들었잖아.

너도 들어봐. 

가사가 완전 위로될걸?


https://www.youtube.com/watch?v=S2XZhxejK_4




맞아 엄마.
나 지금 노래 가사랑
너무 똑같이 슬퍼




그리고 너 엄마 비 오는 날 

좋아하는 거 알지알지?

있잖아. 

그거 엄마 실연당했을 때

이승철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 

엄청 들어서

비 좋아하게 된 거잖아.


https://www.youtube.com/watch?v=b_VHFOSEj4Q



진짜 걔랑 헤어졌을 때는 

지구종말인지 알았는데

사람들이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하더라구


믿을 수 없는  얘기고 

그냥 하는 말들이지 머 라고 생각했잖아

근데 시간 지나니 진짜 

사람들이 하는 말은

다 이유가 있더라고



길가는 사람들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옆집 아저씨도 사실 인생에 

다 그런 때가 있다는 걸 

엄마도 한참 지나니 알겠더라구



그래서 다른 사람을 

위로하며 돕기 위해 

자신들이 지나온 시간들을 

뒤돌아보면서

당장은 힘이 안 되겠지만

자신들이 경험한 '진리'이기에 

말하는 거였더라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다들 길 걸어가지만

사실 다 그런 아픔 

가지고 살더라구.



가수들은 머 그냥 

작곡 작사하는 줄 아니?

다 지금 너처럼 

그런 마음 시간이 있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러면서 작품이 나오는 거여~




어때 우리딸 쬐깨

위로가 되나?





응.. 조금..




우리 딸!
일단 나가서 맛있는 거 

혼자 2인분 사 먹어.

그러면 졸릴 거야.
돈 보내줄까? 
그리고 한숨 푹 자. 

엄만 우리딸이 먼저야.



그리고  힘들면 언제든
엄마한테 전화 혀.
언제나 그 쉑x  발 뒤꿈치로 

싹싹 비비며 같이 흉 봐줄게.



그렇게 나는 3시간 동안
전화기가 뜨겁게 외국 유학 중인 
큰애의 실연에 동참해 주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오른팔이 굳어서

잘 안돌아간다.휴...)



통화를 마치고 생각했다.

'엄마'의 이전 시간들은

이렇게 사용되기위해

존재 했음을. 





딸은 지금 27살.


그녀는,

20살을 지나던 그때의

우리 따님은 


예비사위와 

뜨거운 전화기를 마다않고  

매일 밤 통화 중이다.





- 어느 날. 아니 훗날 엄마가 없을 때 

나의 딸이 이 글로 행복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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