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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녀와 춤을 Aug 03. 2021

박진영·When we disco

그시간의 죽순이에게 보내는 노래 when we disco


죽순이.



한 장소에 오랫동안

죽치고 있는 여자를 놀리며 

부르는 말이다. 



20대 나는

한동안 나이트 죽순이였다.


대기업에 근무했지만 

퇴근 후부터  

늦은 시간까지는 

자주 죽순이로 변신했다. 




초등 저학년 때 

아버지의 집장사

(예전에는 건설업을 그렇게 불렀다) 

실패 여파는

나의 

사회초년생 시절까지 

이어졌다.



아버지가 술 없이 

지내는 날이 있으셨던가...



지금 내가

아버지 나이가 되어보니


딸보다

더 마음아픈 

시간을 보내셨음이

그려진다.







그런 아버지가 

주무신 다음에

집에 들어가야 했던 

시간 시간들. 









회사 동기들과 어울려 

처음 입봉 한 

나이트.





종로 2가의 

나이트 골목에서

느꼈던 화려한 조명.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특별한 신세계로 

들어가는 듯해서

흥분하기까지 했던 

그 시간들.




강산이

여러번 변했다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왜 이리 선명한지.





우주선처럼

신기한 모양으로

천장 가득 채우고 있던

조명 조명들.




그아래 무대의

가수와 무용수들.




내가 여기 있어도 

안잡혀 가나. 




이런 장면들을

보고 있어도 되는지,


사람들은

이렇게 특별한

세상을 즐기면서

사는구나.



걱정될 정도로

내겐 다른 세상이었다.




그러나

뭐든지 처음이 힘든 법.




회사 업무가 

끝나갈 즈음이면

나를 신세계로 리드할 

동기들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대범하게(?)

밥 먹자는 핑계로 

멤버를 짜는

(나이트 '기본'메뉴로 가능하게)

담대한 프로가 되고 있었다.





12시까지 있을 수 있었고

현란한 음악들이 

머릿속 가득한 고민들을

파도처럼 일시에 

덮어주는 듯했던

나이트클럽. 











싫었던 건




그곳 시간속에 

잠시 갇혀 있더라도


밖의 현실은

여전히 나의 고민을 

길 위에 전시해두고  


주인공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있다는

사실이 

온몸에 새겨 있음이다. 





디스코장 죽순이 




그랬던 죽순이 시간들.





디스코장 안에는

'지배인 오빠'들이 있었다.

이름표는 화려하다


조용필, 장국영, 





아무래 애써도

멤버구성이 안되는 날.


그럴땐

혼자 도착해 자리잡고 앉는,

음악과 조명이 안 어울리는

초저녁 8시가 있다. 




분위기 무르익지 않아

썰렁한 그 시간부터 

차가 끊기기 직전까지

참 지루했던

죽순이가 되기도 했다. 





고마웠던 건.




친한 지배인 오빠들이 

어떤 광고의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처럼

그곳을 나설 때까지 

편히 시간보내도록

챙겨 주었다는 점이다.


뭘 알고 있었나?....






흔들린 20대 초반





잊고 있었던 시간들.



시간이 이렇게 후다닥

지났음을 자주 깨닫게 되는

조금은 넉넉한 나이.

 



박진영의 

when we disco는

나온 지  꽤 되었다는데...


어느 날

우연히 다가온 이 노래.




화려한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화면속 어딘가에

가리워져 안보이지만


어느 한켠에

앉아있을 법한

안쓰런 죽순이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굳어버린  몸짓이지만

when we disco로

죽순이의 감흥을

되살려 보는 중이다. 



지금 이렇게.















작곡,작사,노래  : 박진영

편곡 : 박진영, 이해솔

발매 : 2020. 8. 12

제목 : When we disco



 When we disco





마법 같았지 

When we disco when we disco


그래서 잊지를 못해 아직도





너무 그리워 

When we disco when we disco


너도 기억하고 있는지 지금도





너 빼고 나머진 다 Blur


너만 보였지 

(When we d.i.s.c.o.)





빨려 들어갔어 Rapture


밤이 새도 몰랐지





넌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날 가끔 생각은 하는지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우릴


Do you remember baby





마법 같았지

 When we disco when we disco


그래서 잊지를 못해 아직도




너무 그리워 

When we disco when we disco


너도 기억하고 있는지 지금도





춤을 추는 우리를 다


바라보았지 

(When we d.i.s.c.o.)





움직임 하나하나가


전율을 일으켰지





넌 그걸 잊을 수 있는지 나처럼


잊지 못하는지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우릴


Do you remember baby





마법 같았지 

When we disco when we disco


그래서 잊지를 못해 아직도





너무 그리워 

When we disco when we disco


너도 기억하고 있는지 지금도





찌른 건 하늘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었었지


기억하니 Do you remember





흔든 건 골반이 아니라 

서로의 인생이었었지


Do you, do you remember baby






마법 같았지

 When we disco when we disco


그래서 잊지를 못해 아직도





너무 그리워 

When we disco when we disco


너도 기억하고 있는지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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