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를 읽고
친구들과 같이 읽었다. 소비가 발생할 때, 뇌에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연구한 책이다. 그 과정을 이해하면 소비자의 지갑을 쉽게 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담긴 책이다.
매우 논리적이다. 이 부분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절반 읽었다. 이 책은 대부분(모든?) 의사 결정이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고 논리적으로 말한다. 감정을 논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게 아직 이해가 안 된다. 이해가 안 될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과학의 부드러운 면을 믿는다.
물건을 살 때 나는 언제나 즉흥적이지만, 그 안에 무의식적 논리가 있다고 생각을 해왔다. 이성 판단의 영역을 아예 무시하지도 않았다. 나에게 이성이 있지, 왜 없을까. 특히 감각적 이성. 아, 나도 감각을 논리로 파악하고 있네. 아무튼 나에게 중요한 건 감각적 아름다움이다. 이 부분이 실용을 무시하느냐, 라고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디자인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아름다우려면 기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매우 재밌는 책이고, 소비 루틴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도 준다. 자극 / 지배 / 안정 이 세 가지 관점에 대해 이해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였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흥미로웠던 건, 내가 벤츠가 아니라 포르쉐를 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지배, 자극, 흥미 ... 등의 감정으로 포르쉐를 타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감정이 미세하게 있겠지만.
아, 또 하나 재밌었던 거. 보수적 소비 취향을 가진 분이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한 단어 한 단어 모두 흥미로웠다. 내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새삼 다시 깨달았다. 나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거, 늘 그걸 잊지 않고 살아야 한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책을 읽는 목적이다.
가끔, 좋았던 물건에 대해 생각하면, 물건 자체가 좋아서 좋을 때도 있지만, 그 물건을 함께 나눈 사람과의 기억이 귀해서, 그 물건을 더 사랑한다. 책을 함께 읽은 사람들의 언어, 그들과 나눈 감각이 좋아서 이 책이 참 마음에 든다. 절반이 남았으니, 그만큼의 행복 역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