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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쇼 Oct 31. 2023

아이다호 : 칠레의 신라 흔적

#놋쇠 #방짜유기 #유기 #칠레 #신라 #구리광산 #추키카마타 #아토피

청동기 식기의 일상화

              

1922년 아이다호 주간 신문은 조선을 구리(동:銅) 산업의 주역으로 소개하고 있다. 코리아의 청동기 제조 발달 산업은 손 안대고 코풀 듯이 손쉽게 이끌어 왔다는 것이다. 특히 구리를 공업용이 아닌 모든 일상 식기와 생활 도구로 쓰는 것에 놀라워 했다.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일까 싶지만 놋그릇이 건강이 회복되고 치유가 된다면 달라진다. 


실재 어떤 주부가 양치를 하면 잇몸에서 피가 났는데 유기 그릇으로 바꾼뒤 그런 현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삼성병원에서 구리는 철분이 우리 몸에서 흡수되고 헤모글로빈을 합성하는 것을 도와주며 에너지를 생성해 우리몸이 정상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요하다고 밝힌 자료를 보고 무릎을 쳤다.


나는 20년전 성인 아토피를 심하게 앓아 가려워서 잠을 못자고 거북이 피부처럼 갈라졌다. 물만 닿아도 칼로 베인것처럼 통증이 심해 3개월마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약처방을 받았다. 그런데 결혼하고 임신하면서 약을 먹을 수 없어 밤마다 긁고 날밤을 샜다. 8년간 피부병 지옥에 빠져 우울증까지 왔는데 강원도 양구에 있는 추곡 약수터를 소개 받아 그 물을 떠다 마시고 바르면 신기하게 가렵지가 않았다. 3년간 단약을 하면서 그 물로 가려움을 진정시켜 지금은 100% 완치를 했다. 


추곡 약수터


어떻게 물로 치료가 되지? 8년동안 피부병 치료에 쓴 돈만해도 수천만원이 들었다. 그 물이 신기해서 피부과 의사들에게 가져다가 성분을 의뢰하고 싶었다. 붉은빛과 자주빛이 돌아서 '철분'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구리' 성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도 가끔 몸이 아프면 추곡약수터 물이 생각난다. 


내셔날지오그래픽의 기사에서 언급하지 않은게 우리의 놋쇠 사랑은 그릇뿐 아니라 제기와 전통 악기에도 쓰인다. 오늘날 명상 도구로 쓰이는 싱잉볼이 놋쇠인데 그것을 두드렸을 때 나오는 진동과 주파수가 몸의 세포를 재생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 놋그릇에 반찬을 담아 먹으면 수저를 움직이며 부딪히는 소리가 청아하다. 일상에서 먹고 마시고 씻고 자고 들으며 치료와 회복을 겸하니 가성비로 으뜸인 식기다. 다소 무겁고 관리가 어렵다고 하지만 건강을 유지한다면야 그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놋쇠의 원료인 구리는 로봇, 자동차, 핸드폰, 컴퓨터와 같은 전기 전자 제품, 탄피 · 탄환 등의 군수품 재료 등에 쓰이기도 하다. 고전 수업을 함께 듣는 풍산역 동원당 한의사 말에 의하면 자연동(自然銅)을 산골(山骨)이라고 해서 접골하는 약재로 쓴다는 것이다. 또한 한의에서는 사람 모형을 동으로 만들어 침자리를 표시한 ‘동인수혈침구도경(銅人腧穴鍼灸圖經)’의서와 침과 뜸을 시술하는 경혈과 침구 시술법을 논한 ‘동인경(銅人經)’도 구리 동(銅)자를 쓰고 있다. 구리가 치료의 기본이라고 생각했던게 아닐까.


칠레에서 신라가 왜 나와?   

  

혁명가 체게바라를 그린 '모터사이클'이라는 영화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칠레를 여행하다가 구리 광산 ‘추키카마타’에 도착하게 된다. 그는 구리 채굴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삶을 목도하고 그곳에서 ‘혁명’을 꿈꾼다. 나는 ‘추키카마타’라고 들었을 때 “축이 까맣다”로 읽혔다. 축은 수레바퀴의 한가운데에 뚫린 구멍에 끼우는 긴 나무 막대처럼 회전의 중심을 말한다. 


남미의 등뼈라고 하는 칠레는 구리 생산량 세계 1위이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천문대 ‘라 신라(La Silla)’가 있다. 이곳에서 별자리를 관찰하는데 칠레 위 페루와 멕시코까지 신라산, 신라 의자, 신라 술집등 '신라'라는 말이 참으로 많다. 신라와 무슨 연관이 있길래 지명으로 남아 있을까? 내 영역 밖의 일이다. 

          

칠레의 라 신라 천문대


구리(동:銅)는 산스크리트어로 ‘탐라(tāmrá)’이다. 탐(tām)은 ‘욕망하다’는 뜻이다. 우리말 ‘탐나다’는 가지거나 차지하고 싶은 마음으로 산스크리트어와 같다. 한자로 탐(耽)은 ‘즐기다, 좋아하다’는 뜻이 있다.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금속은 구리이다. 삼국사기 문무왕(文武王) 662년에는 ‘탐라국(躭羅國)’이 항복해서 신라의 속국이 됐다고 나온다. '탐'은 구리의 다른 뜻이고 '라'는 비단을 뜻하는데 구리가 많이 나는 신라인가? 한자 탐(耽)의 부수에는 ‘귀 이(耳)’자가 있다. 탐(耽)은 ‘귓볼이 커서 처지다, 축 늘어지다‘는 뜻도 있다. 삼국유사에 경문대왕의 귀가 길죽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신라 48대 국왕으로 ‘당나귀 귀를 가진 임금’이다. 그 유명한 ‘여이설화(驢耳說話)’의 주인공이다.  

                  

어느날 경문왕이 왕위에 오르자 갑자기 그의 귀가 길어져 당나귀처럼 됐다.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는데 오직 왕의 머리에 쓰던 복두를 만들고 고치던 복두장이만 알고 있었다. 그는 입이 근질거렸으나 평생 그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다가 죽을 때에 이르러 도림사(道林寺)라는 절의 대밭으로 들어가    

           

"우리 임금님 귀는 나귀 귀처럼 생겼다!!!" 

    

라고 소리쳤다. 그 뒤부터 바람만 불면 대나무 밭에서 ‘우리 임금님 귀는 나귀 귀처럼 생겼다’는 소리가 났다. 왕은 이것을 싫어해 대나무를 베어 버리고 산수유를 심게 했다. 그 소리는 여전했다고 한다. 귀는 장수를 의미하고 지혜와 자비를 상징하기 때문에 아프리카 민족은 귀를 크게 늘리는 피어싱을 하기도 한다. 칠레의 지형은 귓불이 늘어진 것처럼 생겼다. 큰 귀는 부처님의 트레이드마크인데 경문왕이 칠레 출신이었던 것을 우회적으로 회자했나. 칠레가 탐라였나.    


1934년 일제시대 놋그릇 쓰는 폐단을 동아일보에 기재한다. 옛날부터 우리는 거폐스러운 일을 즐겨한 듯 싶다며 사용하기 불편한 놋그릇을 자랑거리로 삼고 시커멓게 찌들고 위생상 좋지 않다며 비난한다. 그즈음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는 정부가 개인의 금 소유를 금지하고 위법으로 간주한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자 금에 투자하고 교환가치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1938년 5월10일에는 금부치에 이어 놋그릇 사용을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식기와, 청동화로, 백동화로, 놋대야, 숟가락 제조에 쓰이는 동과동합금을 금지하다가 몇달 뒤에는 보국운동의 일환으로 청원군 관내군민을 총동원해 놋그릇 헌납을 개시했다. 두개의 읍과 14개의 면에서 거둬들인게 놋그릇이 2,782KG에 달한다. 진해읍도 유기 그릇을 헌납 받아 군청으로 보냈는데 말이 헌납이지 수탈이었다.


오늘날 스테인그릇과 사기 그릇에 밀린 유기 그릇을 다시 사용하고 관리하는 법을 배운다면 자잘한 피부병과 잇몸병, 철분 부족으로 오는 어지러움, 두통, 현기증, 주의력과 기억력 저하 등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왕복 7시간이 걸리는 추곡 약수터를 3년동안 다니면서 그 물의 정체가 너무나 궁금했는데 돌아돌아 20년만에 아이다호 주간신문을 통해 알게 되다니 세상사 참 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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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iya7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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