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날 좋을 때 보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며
같은 방향으로 가고자 했던 혹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오랜만에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한때 같은 곳을 바라보며 매우 이상적인 대화를 나눴던 사람들이다. 정말 오랜만에 만났고 한 명은 취준을 하고 있고 한 명은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고 한 명은 인턴을 하고 있다. 우리가 만나지 못했던 기간 동안 서로는 조금씩 현실에 젖어가고 있었고 우리 대화의 결은 조금 달라져있었다.
뭔가 모를 씁쓸한 기분을 소주 한 잔에 털어내고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했다. 그들과 나는 정말 다른 삶을 살았구나 라는 것을 느끼면서도,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의 신분을 막 벗어난 그 시기가 어떻게 보면 청춘의 암흑기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사람이 항상 빛날 수만 있겠는가. 각자의 암흑기를 서로 공유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다음에 날 좋을 때 보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며 술집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