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써야 하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이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마주하는 일이란 걸 알았다면 섣불리 책 쓰겠단 소릴 못 했을 것이다. 특히, 과거의 나를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불쾌했다. 내가 했던 수많은 선택이 지금의 결과란 사실이 나의 시선을 후회와 아쉬움에 묶어 잡아끌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나와 마주하는 일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자기 객관화가 될수록 괜찮지 않은 자신은 뚜렷해지고 미래의 자신에겐 모호함과 불안함이 크게만 보였다. 이런 내게 책이 나온다는 것은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박제한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떤 핑계나 변명도 할 수 없고 통하지 않을 것을 뜻했다. 아마도 부족했던 그대로 초라한 이대로 불안한 그것대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품는 것이 출간 후할 일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보통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지나면 배우고 깨달아 변화되고 달라진다. 책이 갖는 강력한 힘은 직접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지 않아도 배우고 깨닫고 변할 수 있는 데 있다. 이제 내게도 쓰는 행위가 아닌 쓰인 책으로 만난 책이 그렇게 일해 줬으면 좋겠다. 책은 한 사람이다. 그래서 책은 인격적으로 사람을 위로하고 이성적으로 대화하고 이상적인 혜안을 준다.
책을 통해 앞으로 만나게 될 육아와 다양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막 뛴다. 이 책을 통해 힘을 얻는 아빠와 엄마가 있다면 출판을 통한 가장 큰 기쁨이 될 것 같다. 책은 다른 사람과 낮고 깊은 대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그래서 앞으로 만나게 될 당신을 기대한다. 나와 책이 당신을 응원하고 진심으로 대화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