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달리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진영 Nov 04. 2024

달리기 위해 필요한 것들

누가 그래? 달리기가 돈 안 든다고

달리기는 문화권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치안이 그다지 좋지 않은 나라에서 러닝은 자신이 뛰기에 안전한 곳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 즉 고급 스포츠다.


길만 있으면 뛸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러닝을 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시티런을 한다고 해도 차를 신경쓰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주로 내지 인도가 잘 확보돼 있어야 하고, 보행자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또 너무 외지지도 않은 어딘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러너들은 집 근처에 트랙이나 공원이 있거나 혹은 러닝 트랙이 설치된 아파트에 사는 이들을 부러워하곤 한다.


그럼에도 아직 국내에서 러닝은 쉽고 돈이 안 드는 운동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러닝은 운동화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여겨지고 운동화는 누구나 한 켤레 정도는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평소에 신던 운동화로 러닝을 할 수는 없다. 1km~2km 정도야 뛸 수 있겠지만, 그 이상 뛰기 시작하면 아파오는 발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러닝을 하다 보면 신발 속에서 발이 움직이며 계속 마찰하게 되는데 그러면 발톱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잘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뛸 경우 10km 정도밖에 뛰지 않아도 발톱 속에 피가 차거나 빠질 수 있다.

나의 첫 러닝화. 초보라 쿠션감이 좋은 것으로 구입했다.

이 때문에 러닝을 시작하고 내가 처음으로 산 것은 바로 러닝화였다. 10km 대회에 나가려다 보니 집에 있는 신발로는 도저히 뛸 수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더불어 중요한 건 양말이다. 달리면서 가장 중요한 건 부상을 입지 않는 것일 텐데, 부상 없이 뛰기 위해선 발목을 잘 잡아주는 양말을 신는 게 좋다. 발바닥에 고무가 있으면 운동화 안에서 발이 마음대로 움직여 마찰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그 외에도 러닝을 위해 몇 가지 아이템들을 더 구입했다.


먼저 마사지기다. 바람직하진 않은 습관인데 나는 러닝 후 스트레칭을 좀 귀찮아 하는 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러닝 후 스트레칭이 전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일단 뛰고 나면 기력이 빠져서 그냥 냅다 쉬게 된다.


그러다 보니 달리기의 후유증이 한동안 이어지는 경우가 생겼다. 마사지기를 산 건 그 때문이다. 매번 직접 풀어주기 힘드니 기계의 힘이라도 빌리자는 마음이었다. 처음엔 다리만 마사지해주는 기계를 샀다가 결국 안마의자까지 사게 됐다. 이런 말을 하면 달리기 입문자들이 겁을 먹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초반엔 장거리를 뛰고 나면 다리뿐 아니라 온몸이 아프다. 하하.


여기에 휴대전화나 비상금 조금을 넣을 수 있는 러닝벨트, 장거리 트레일러닝 시에 필요한 조끼와 가방, 조끼에 넣고 뛸 수 있는 실리콘 물병, 뛸 때 은근히 방해가 되는 앞머리를 고정해주는 헤어밴드, 해가 쨍쨍할 때를 대비한 팔토시와 선글라스, 달리기에 최적화된 러닝팬츠와 싱글렛, 무릎보호대와 스포츠 테이프, 기록 측정과 컨디션 체크를 용이하게 해주는 러닝 워치, 장거리를 뛸 때 필요한 마그네슘 캔디와 에너지젤 등 생각 이상으로 많은 러닝용품들이 있다. (나 역시 대부분 구입했다. 하하하.)


달리기에 관한 책도 여러 권 샀다. 러닝 도서계의 스테디 셀러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비롯해 웹툰을 엮은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 일본 생활툰계의 거장 다카기 나오코의 달리기 만화 시리즈, '달리는 구도자'라 불리는 스콧 주렉이 쓴 '호모러너스, 나는 달릴수록 살아난다' 등.


이렇게 러닝에 관한 여러 책을 산 이유는 마음이 궁금해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뛰는지,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는지, 잘 달리기 위해서 어떤 훈련을 하고 있는지 등이 궁금했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여러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다양한 목표와 동기가 생겨난다는 점이었다. 마라톤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목표는 단순히 풀마라톤 완주였는데, 다카기 나오코의 만화를 보다 보면 달리기와 재미를 모두 챙긴 펀런 대회에 나가고 싶어졌다. 또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나 '호모러너스, 나는 달릴수록 살아난다'를 보면서는 42.195km를 넘는 울트라 마라톤에 슬며시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물론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건강하게 오래 달리는 것이다. 달리기의 재미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으니 빨리 잃고 싶지 않다. 근력 운동을 열심히 병행하면서 무릎을 잘 관리해서 오래 뛰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러닝크루 없는 사람들의 모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